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3/04/09 화]전쟁 불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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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전쟁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그런가하면 한 쪽에선 전쟁 불감증을 걱정도 한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불안하다'는 응답이 54%, '불안하지 않다'는 응답이 44% 정도로 나타났다. 불안감과 불감증이 뒤섞인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쟁의 양상을 묻는 질문에는 '국지전'이 40%, '전면전'이 15% 정도, '전쟁 발발 가능성 없음'은 36% 정도로 나타났다.
전쟁, 일어난다… 안 난다… 일어난다… 안 난다….
북한 상황은 쏟아내는 포고문과는 달리 일상의 모습 그대로라는 외신 보도들이 이어진다. 아시아 다른 나라의 수학여행단이 다녀가고 주민과 군인들이 꽃과 나무를 심고 있다는 외신 보도들이다.
소문이나 트윗(SNS)을 통해 전달되는 전쟁위기 관련 정보들은 왜곡.과장이 종종 눈에 띈다. 북한이 '정전협정 백지화'한다고 선언한 것이 북한이 '전쟁을 선포'했다고 하거나 북한이 '공격준비를 시작'했다고 잘못 전달된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남들이 공포를 느끼며 혼란스러워 하는 걸 즐기려는 듯 치기 어린 과대포장도 눈에 띈다. 가짜 휴교령, 북한의 전쟁 선포설 등의 낭설로 일부 혼란이 있었지만 시민들은 성숙한 모습으로 대처하고 있다.
트윗에는 외국이나 주변에서 전쟁위기를 묻는 게 더 스트레스라는 내용도 있고, 어떤 날은 북한 미사일이 날아 올 것처럼 겁주다가 어떤 날은 그저 심리전술이라고 안심시키니 냉탕.열탕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흥미롭게도 최근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귀국하면서 '몸도 불편한 재벌그룹 회장이 돌아오는 걸 보니 전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쪽으로 전쟁위기론이 잦아들기도 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등의 생필품 매출은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석밥, 생수, 부탄가스, 라면 등이 매출 급상승 품목이다.
과연 전쟁은 벌어질까? 우선 전쟁은 엄청난 돈이 든다. 둘째, 전쟁은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시작한다. 무리해서라도 전쟁을 벌여 내부단속을 한다지만 만만한 상대를 골라 빨리 이겨야지, 길어지면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셋째 전쟁은 국제적 역학관계이다. 자기편을 들어 줄 나라와 상대편을 들어 줄 나라들의 전투력 총합을 따져보고 정치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전쟁을 결정할 수 있다.
정치적·상업적 공포에서 벗어나기
이런 관점에서 북한의 경제 및 내부 정황, 우리의 국방 태세, 우리 우방국과 북한의 동맹국들이 처한 외교적 상황과 정치·경제적 목표들을 종합하며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국민이 각자 신중한 논의나 논리적 추론을 하지 않고 감성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알려고 노력하면 실체적인 진실에 논리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데도 사람들은 정서적인 직감에 의존한다. '별 거 아냐', '곧 터질 게 틀림없어'하며 한 마디로 잘라 결론짓고 합리적인 판단을 피한다.
위험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이 아니라 감정에 치우쳐서 위험을 평가하는데 그 중에서도 공포의 감정이 가장 강하게 작용한다. 이런 공포의 감정이 정상적인 인식과 사고를 방해하면서 전쟁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실제 상황보다 크게 번지는 것이다. 또한 언론들은 내용과 다르게 과장된 제목을 붙이고 화면을 입혀 국민에게 내놓는다.
팁 하나를 소개하자면 합리적 판단의 요령 중 하나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이다. 대신 심층토론 프로그램이나 신문의 분석 기사를 자세히 읽고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
텔레비전 뉴스에 등장하는 각종 화면들이 정말 이번 사태에 직접 관련된 영상인지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핵실험 광경, 미사일 발사 장면, 군인들 총 쏘는 장면, 행군하는 장면 등 모두 전쟁 위기를 강조할만한 과거의 자료화면들을 효과를 위해 꺼내 쓰는 것들이다. 이런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가로막는 요인들 중 하나이다.
이번 전쟁위기론과 불안감의 특징은 다른 때에 비해서 오래 끌고 있다는 점이다. 또 북한이 미국을 직접 겨냥해 '불바다'나 '괌 폭격' 등의 위협적인 언사를 꺼내드는 것도 예전과 차이가 있다. 북한이 내부 불안과 주민들의 굶주림을 덮고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쟁분위기를 끌어가지만 결국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뭘까? 북한주민들에 대한 폭압과 학대를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떨까? 이념 대결이 심화되는 건 지금도 빚어지고 있는 부작용이다.
사회 일부에서 무기력함과 일탈이 번지는 것도 경계할 일이다. 1960년대의 히피 트렌드처럼 전쟁 공포에 시달리다 사회로부터 도피하는 일탈현상이 번질 수도 있다. 경기침체와 실업의 증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을 국가권력이 공안정국으로 조성하면서 민주적 요구나 민생의 어려움을 누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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