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밤 오후 9시쯤 ‘연천서 국지전 발발’이라는 유언비어가 트위터와 카카오 톡 등을 통해 11일 새벽까지 확산되다 유언비어로 판명되었다.
11일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유언비어를 최초에 퍼뜨린 사람이 대학생 000라며 또 다른 유언비어가 떠돌고 신상털기가 이뤄졌다. 그러나 당사자는 억울하다며 경찰에 신상털이 네티즌들을 처벌해달라고 신고했다.
또 오후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동영상’이란 피싱 문자정보가 떠돌기 시작했고, 이어 이걸 클릭하면 25만원이 결제되는 사기 스미싱이니 조심하라는 경계경보가 뒤를 잇기도 했다.
여러분,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미사일 한 발 쏘니 마니 해도 이러는데 매일 쏘아대는 나라에선 어찌들 살까? 죽지 못 해 사는 것이 맞을 듯싶다. 그런 나라에서도 애들은 공터로 나와 공을 차며 논다. 어째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역사 속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찾아보자.
제 2차 세계대전 초반인 1940년 여름, 독일이 영국 국민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어 붕괴시키기로 했다. 독일이 제공권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던 시기라 여름부터 겨울까지 매일 밤 폭격기로 영국의 수도 런던에 폭탄을 쏟아 붓는 런던대공습 전략을 짠 것. 영국 공군이나 대공 방어망은 지극히 허술해 별 다른 대처방안이 없었다. 영국 정부는 국민들이 패닉에 빠지는 걸 줄인답시고 국민 정신건강을 돌볼 상담 자원봉사자를 훈련시키고, 심리치료소만 설치했을 뿐 다른 방도를 찾지 못했다.
독일은 9월 초부터 수백 대의 폭격기를 매일 동원해 57일 간 폭탄을 퍼부었다. 그런데 런던 시민은 처음에는 공포에 떨다가 곧 지겹다고 하더니 나중엔 따분해 했다. 공습경보가 울려도 할 일 하고 잡담 나누다가 대공포 쏘는 소리가 들리면 그때서야 방공호로 대피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 ‘뉴요커’ 기사를 보면 공습 다음 날 아침에도 시민들은 연예인 뒷 담화 이야기하듯 뒷마당에 호박 떨어진 이야기하듯 했다고 한다. 독일 폭격기가 매일 밤 같은 시간대에 일정량의 폭탄을 일정 시간 퍼붓고 돌아갔기 때문에 런던 시민들은 그만큼 적응이 쉬웠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 또 어떻게 하면 공포로부터 피할 수 있을까라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봤자 스트레스만 더 쌓인다는 것을 간파해 스스로들 극복해 냈던 것이다.
1938년 10월 미국 CBS 라디오의 가상 드라마 “우주전쟁” 사건은 이와는 대조적이다. 화성인이 지구에 침공했다는 가상의 공상과학소설을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해 음악 좀 으스스하게 깔았을 뿐이었다. 시작할 때도 그랬고 중간 중간에도 이건 가상 드라마라고 고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공포에 빠져들었다. 600만 청취자 가운데 50만에서 100만 정도는 공포에 사로 잡혀 실제 뉴스로 오인했다고 추산된다.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화성인이 쳐들어온 동쪽의 반대방향으로 피난을 떠난 사람이 수천 명. 뉴욕타임스 신문사에 미국에서 어디가 가장 안전한 곳이냐고 묻는 전화도 천 여 통. 마을 급수탑을 다리 세 개 달린 화성인의 로봇이라고 때려 부순 사람들도 있고, 마을에 독가스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신고한 사람들도 많았다. 사람들을 착각하게 만든 첫째 요인은 드라마 속에서 인용된 ‘프린스턴 대학교 000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국방성 고위관리의 설명을 들어보시죠’라고 전문가를 들이 댄 부분이었다.
위기 대처 내공은 훈련에서 쌓인다
불안이란 정상으로 되돌리려다 보니 생기는 긴장이다. 당연히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불안감으로 무얼하고 어느만큼 불안해 할 거냐는 따져 볼 문제이다. 위험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두 가지 이유에서 생긴다. 첫째는 내가 못하도록 막아내거나 피할 수 없다는 통제력의 부족. 둘째는 쏠 건 지 말 건지, 언제 쏠 건 지 어디로 쏠 건 지 정보의 불확실성이다. 정보가 불확실할 때 사람들은 가장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어지며 걱정이 꼬리를 물게 된다.
이럴 땐 ‘그거야 쏘는 녀석 맘’이라고 여기고, 어차피 내 통제력을 벗어난 일임을 인정해 버리면 된다. 우리 군이 이미 경계태세에 들어가고 지구촌 전체가 안 된다며 말리고 있으니 갑작스레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일은 없을 것임을 상식적으로 인정하고 적응해 가면 된다. 걱정만 계속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미리 모두가 나서 걱정하고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일어난다 해도 처리가 되지 않던가.
막상 긴급한 상황이 터지면 어찌 될까? 생명이 위협받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의 뇌는 기능이 축소되면서 본능적인 반응과 훈련에 의해 익숙한 행동 위주로 작동한다. 그런데 머릿속에서 이럴 때 뭘 어떻게 하지 검색을 했는데 알고 있는 게 없고, 몸으로 익힌 것도 없으면 뇌가 기능을 멈추게 된다는 것. 이런 걸 흔히 놀라서 얼어붙는다고 한다. 불안을 덜어내는 또 다른 방법은 훈련을 통해 최소한의 대처 요령은 익혀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
평소 대피훈련이나 대피 요령을 제대로 알아두면 머리가 돌고 몸도 움직인다. 예를 들자면 수돗물의 공급이 끊길 수 있기 때문에 물을 욕조에 받아 놓고, 화재를 막으려면 가스와 전기는 꺼야 하고, 지도와 양초 준비하고, 연료와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라면보다는 견과류 같은 비상식량이 효율적이고 가까운 지하주차장이나 지하철역과 같은 안전한 대피소는 배급을 받을 수 곳이기 때문에 위치를 알아둬야 한다는 것 등이다.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 용 앱도 있다.(‘서울안전지키미’). 주변의 대피소 위치나 행동요령은 국가재난정보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