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님 대학을 접수하시다"
대학 캠퍼스는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어…
대학 총학생회를 조폭이 접수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전남 순천에서 조직폭력배들이 대학 총학생회를 장악해 돈을 빼돌리고 사회 진출을 노려 온 것이 적발됐다. 이번에는 경북에서 조직폭력배들이 대학 두 곳의 총학생회를 장악해 학생회비 등 수억 원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폭력조직원이 직접 총학생회장을 맡거나 폭력조직이 미는 학생을 총학생회장에 당선시켜 학생회를 장악했다. 다른 대학에서도 폭력조직이 총학생회를 장악하거나, 학생회와 짜고 공금을 횡령한 정황이 있어 경찰의 수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19일 아침, 포털 뉴스 검색창에 ‘대학’이란 단어를 넣고 검색키를 누르자 등장한 대학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부실대학 21곳 중 7개 대학 퇴출… 전문가들 ‘구조조정 더 속도내야’”
“아내는 총장, 며느리는 이사… 王國처럼 대학 경영”
“대학 파산 시대 대비해야”
“‘대학의 죽음’ 부르는 교수사회 도덕불감증”
“김천 조폭, 대학 총학 접수해 1억7000만원 꿀꺽”
◇ “나는 교수다 !”
대학의 죽음, 가슴 철렁한 문구이다. 그러나 과장된 은유가 아니다. 교수신문이 최근 창간 21주년을 맞아 교수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면서 대학의 죽음이란 표현이 정말로 등장한다.
‘지식인의 죽음’, ‘대학은 죽었다’라고 비판하는 시선에 대해 어찌 생각하느냐고 교수들에게 물었다. 57.8%가 ‘그렇다’고 인정했다. 22.2%는 ‘보통’이라고 했고, 대학은 죽지 않았다고 응답한 교수는 20.0%. ‘대학은 죽었다’라는 인식은 나이가 많을수록 높았다. 특히 예체능 교수들은 70.6%가 ‘대학은 죽었다’고 대답했다. 대학의 몰락을 가장 덜 느끼는 분야는 자연계열이었다. 43.3%로 예체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꽤 낮은 편.
교수들 스스로 지적하는 문제점은 ‘무분별한 정치참여’,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 실종’, ‘학위 논문 부실 지도 및 심사’, ‘연구비 유용 등 연구 부정행위’, ‘성추행 사건’ 등이었다. 이를 뒤집으면 해결책이다. 교육하고 연구하는 교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되는 것이다. 거기에 도덕성과 인격을 갖추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실천과 봉사도 소신껏 하면 된다.
익명으로 실린 교수들의 솔직한 코멘트를 읽어보자.
“교양과 예의범절이 없고 이기심만 있는 ‘단순 지식인’의 교수화에 대해 심각성을 느낀다. 취업률 향상, 장학금 유치, 프로젝트 유치 등도 중요하지만 이런 것이 교수 평가의 주요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
“교수로서의 자부심과 학문에 대한 열정이 보이질 않는다. 정치적 관심, 연구비 등 금전에 관심이 쏠려 있다. 대학사회의 윤리와 사명감이 결여돼 있다.”
◇ 나는 대학생이다!
대학생은 뭐가 문제일까? 더 배우고 싶어 대학에 가야하고, 또 사회가 스펙을 요구하니 스펙을 위해 대학에 가야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책임을 묻기도 난감하다. 웬만하면 다들 대학에 가는 세상이고, 사회도 미래를 짊어질 지식인으로 대접해주지 않으니 대학생으로서 자부심을 가지라고 권면하기도 난감하다.
대학교육연구소 자료로 보면 해방 당시 우리나라 대학생 수는 1만6천여 명. 1960년에 10만8천여 명으로 10배 증가했다. 2012년에는 330만 명이었다. 1960년까지는 대학생 수에 대해 자유방임이었다. 대학도 몇 안되고 갈 수 있음 알아서 가라는 것이다. 그 이후 정원 억제, 졸업정원제, 다시 입학정원제, 그러다 정원 자율화, 정원 감축 조정 등 정신없이 바뀌었다. 2000년대들어 특히 변동이 심했다. 한 마디로 제대로 된 정책을 못 찾고 갈팡질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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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개혁의 한 축이 되어 정부 관료의 책상 위에서 좌우되고 있는 대학구조조정을 대학 중심으로 옮겨 오고, 학생의 입장에서 학교 재단과 당국의 미비함을 뜯어고쳐도 모자랄 판에 오늘날 대학생과 대학 총학생회의 존재감은 너무도 미약하다. 그리고 대학생 정도라면 자신들의 총학생회는 자신들이 지켜야 한다.
대학당국은 등록금으로 펀드투자해 학생들 장학금 까먹고, 학생회로 나누어진 장학금. 복지기금은 조폭이 빼내 가면 대학이 뭐가 되겠는가. 인적 자본이 최고의 경쟁력인 우리나라로서는 대학의 건강한 발전은 절실하다. 선진국으로 진입할 국가경쟁력은 시대적 변화와 기업의 요구를 충족하는 대학 교육에서 나온다.
대학교육의 선진화가 국가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는 마당에 교수는 교수대로 ‘대학은 죽었다’는 자조적 상실감에 빠지고, 총학생회가 조직폭력배에 휘둘린다면 우리의 앞날은 정말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