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은 해명 기자회견 내용이 하나 둘 거짓으로 밝혀지며 확대일로이다. 인간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해결해야 할 때 어느 정도 자신의 실수를 덮고 자신을 정당화하려는 절박한 본능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어 다르고 아 다른 경우가 생기는 것.
중국 송나라 역사를 기록한 송사의 유일지전(劉一止傳)에 "천하의 다스림은 군자가 여럿이 모여도 모자라지만, 천하를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고 하더니 윤창중 씨 사건이 딱 그 격이다.
◇인품보고 직감으로 찍은 게 달랑 윤창중?
박근혜 대통령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던 2012년 1월, 방송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적이 있다. 진행자 이경규 씨가 박근혜 당시 위원장에게 충신-간신 구별법을 물었다.
"정치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충신.간신 구별법이 있지 않습니까?"
- "굉장히 많은 사람을 보면서 살았다. 저러던 사람이 이렇게 변하고 이런 사람이 저렇게 변하고… 지금은 직감 같은 게 있다. 마음으로 '이럴 거야' 느끼는 게 있는데 가끔 맞는 것 같습니다."
옆에 있던 김제동 씨는 이런 질문을 했다. '성향이 달라도 보좌관을 할 수 있습니까?'"
- "성향이 아니라 성품이 문제입니다."
그렇게 직감으로 성품 좋은 사람을 뽑아 곁에 둔 결과가 이거란 말인가? 윤창중 씨 뿐만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장관 후보자들을 고르고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모두들 경악하지 않았던가. 윤창중 씨 사건은 그러기에 예견된 재앙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아무래도 사람을 골라 쓰는 데 크게 부족함이 있는 듯 하다.
옛날 왕의 덕목 중 하나가 인재를 가려 쓰는 것이었다. 그걸 돕기 위해 간신을 분별하기 위한 ‘변간법’이라는 충고가 존재 했다. 춘추전국시대의 병법서인 ‘육도(六韜)’나 여씨 춘추 등에 보면 못된 신하를 가려내기 위한 관찰법 내지는 시험법이 등장한다. 종합하면 아래와 같다.
▲몰래 사람을 보내 그 성실함을 살핀다. ▲그가 어떤 사람을 추천하고 데려다 쓰는 지 살핀다. ▲실의에 빠졌거나 좌절했을 때 그의 지조를 살핀다. ▲권세를 누릴 때 어떤 사람을 접촉하는지 살핀다. ▲돈과 관련된 일을 주어서 청렴함을 살핀다. ▲술에 취하게 해서 솔직한 모습을 살핀다. ▲여자를 붙여주어 그 단정함을 살핀다. ▲위급한 상황을 알려 그 용기를 살핀다. ▲가난할 때 그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살핀다.
◇간신배는 실패한 리더십의 근거
그리고 가까이 두어서는 곤란한 신하로는 다음의 특질을 갖고 있으면 경계하라 한다.
▲콤플렉스가 심하고 사적인 감정과 이해관계를 따져 공무를 결정한다. ▲일정한 노선을 견지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하며 지나친 아첨과 전횡으로 임금의 바른 정치를 막는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을 증명하듯 소인배들을 모아 ‘소인의 당’을 만든다. ▲화합과 상생이 아닌 분열과 배제의 정치를 추구하며 남을 모함한다. ▲부도덕하고 교활한 꼼수를 자주 써 정면 대결을 피하고 은밀한 수를 써서 상대를 넘어트린다. ▲물욕과 색욕이 많고 사생활이 패륜적이고 비윤리적이다.
그렇게 구분해 낸 못된 신하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1) 구신(具臣) 관직에 안주하고 녹봉을 탐하며 공직은 돌보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운다.
2) 유신(諛臣) 군주에게 아부하여 군주의 눈과 귀만을 즐겁게 한다
3) 간신(姦臣) 군주로 하여금 신하에 관한 판단을 잘못하게 하여 인사와 상벌을 그릇되게 한다.
4) 참신(讒臣) 말과 글솜씨로 사람들을 어지럽혀 서로 등지게 하고 조정을 피곤케 한다.
5) 적신(賊臣)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사사로이 당을 이루어 재물을 쌓고 멋대로 군다.
6) 망국신(亡國臣) 군주의 올바른 판단을 어렵게 만들어 군주가 온 나라에 욕을 먹게 만든다.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보며 ‘왜, 어떻게 저런 사람이 권력 핵심부에 들어가 자리를 잡게 될까?’라는 물음을 떠올린다. 정치적으로 통치자 최측근에게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통치자의 권력과 보필하는 신하의 권력 사이에 균형이 깨질 때 생긴다고 본다.
통치자가 주변의 의견을 존중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독단적일 때 측근에 못난 신하가 자리 잡는 다는 것이다. 반대로 통치자가 레임덕을 겪거나 허약해 신하 중 특정인에게 권력이 쏠리면 당연히 고위 관리의 못난 짓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니면 통치자가 강력한 권력을 휘두르는데 특정인을 너무 가까이 해 권력이 쏠려도 간신배가 등장한다는 게 역사의 충고이다.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자. 대통령 측근 고위공직자의 실책이나 부패는 그저 생긴 일이 아니다. 정치적. 사회적 산물이다. 못난 신하 못된 신하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남들은 뻔히 아는 데 통치자가 구별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분명코 실패한 리더십의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옛말에는 권력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들어 간신.구신 들이 자리를 잡으면, 거꾸로 그 취약한 시스템을 다시 이용해 시대와 제도를 더 왜곡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간신배의 횡행은 전염성이 강하다 하는 것. 특히 권력체제가 큰 변화를 겪거나 사회 질서가 문란해지면 야심 가득한 사람들이 기회를 노려 뛰쳐나온다.
이들이 권력의 한 자리 씩들 차지하고, 저마다의 야심과 목적을 이루려 종횡무진하면 감독기관이 마비되고 조직의 신뢰와 도덕 수준이 떨어짐은 당연한 귀결이다.
역사 속에서 간신배는 조정의 기강과 근간을 흔들고 전염되어 사회를 어지럽혔다. 결코 정신 나간 개인의 해프닝이라 치부해선 안 된다. 그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고 있다. 역사의 교훈은 그것을 놓치면 되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