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2013/06/06 목] 현충일, 흰 국화와 붉은 양귀비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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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이다.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추모하는 기념일이다. 1956년 4월 대통령령으로 매년 6월 6일을 현충기념일로 지정했다가 공식적으로 현충일로 개칭되었다. 현충일을 6월6일로 한 것은 이때가 조상에 제사를 지내는 망종 무렵이어서 그렇다. 24절기 중 손이 없다는 청명일과 한식일에는 사초, 성묘를 하고 망종 때는 제사를 지내는 것이 우리 풍습인데 현충일을 제정하던 1956년에 망종일이 마침 6월6일이었다.
현충일엔 양귀비꽃을 ....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는 5월의 마지막 월요일이다. 처음에는 뉴욕주가 남북전쟁 당시 숨진 군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참전용사의 무덤을 단장한 ‘데커레이션 데이’가 있었고, 여기에서 메모리얼 데이가 만들어졌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1월 11일은 재향군인의 날 (Veterans day)이다. 미국의 메모리얼 데이는 여름 휴가 시즌의 출발점이자 유통업계 세일이 실시돼 떠들썩하다. 그야말로 아메리칸 스타일.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양측 사망자는 1천만 명으로 추산한다. 영국군만 100만 명이 숨졌다. 영국과 캐나다는 연합국의 승전일인 이 날이 현충일(Remembrance day)이다. 매년 11월 11일 11시 정각에 2분간의 묵념으로 전몰장병들을 추모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또 터져 공휴일로 쉬지도 못하고 묵념을 하자니 군수품 공장까지 잠깐 멈춰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11월 11일이 되기 전 일요일을 잡아 추모행사를 치르기 시작했는데 영국에서는 이 날을 ‘Remembrance Sunday’라고 부른다. 그래서 ‘현충일요일’도 있고 ‘현충일’도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현충일은 4월 25일이다. 이 날은 두 나라가 1915년 영연방의 연합군으로 오토만 제국(지금의 터키)의 칼리폴리 반도에 상륙해 첫 전투를 시작한 날이다. 그래서 현충일을 연합군의 날(ANZAC's Day)이라고 부른다. 호주와 뉴질랜드군(Australian and New Zealand Army Corps)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 이 상륙전투에서 호주.뉴질랜드 연합군 8천명이 사망했다. 상륙작전은 커다란 희생 끝에 실패했는데 뉴질랜드군과 호주군의 용맹함은 놀라웠다고 한다. “Anzac Legend”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우리는 추모일에 흰 국화를 사용하지만 영국.미국 등에서는 붉은 양귀비꽃을 사용한다. 영국에서는 10월 하순부터 11월 11일까지 가슴에 붉은 양귀비꽃(조화)을 달고 무덤에 양귀비꽃을 바쳐 추모의 뜻을 표한다. 그래서 현충일의 별칭이 ‘양귀비꽃의 날’(poppy day)이다.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15년 영국 군의관 존 맥크레가 쓴 시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그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전쟁터에서 죽자 벨기에 플랜더스 벌판에 친구를 묻고 나서 그 들판의 무덤들 사이로 양귀비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플랜더스 벌판에서’라는 시를 지었고 그 시가 널리 전파되며 영국 캐나다 등 여러 영어권 나라에서 양귀비꽃이 전몰자 추모의 상징이 되었다.
영국의 현충일에서 국민 가수인 베라 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베라 린은 1차 세계대전 중에 런던에서 태어나 2차 세계대전 때 20살 꽃 다운 나이로 영국 정보국에 문선대 요원으로 입대한다. 전쟁터의 병사도 본토에서 독일군 폭격에 시달리던 국민들도 모두 베라 린의 노래를 부르며 견디어냈다. 그녀는 영국왕실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수여받았다. 최고의 히트곡은 ‘우리 다시 만날 거야’ (We’ll Meet Again). 지금도 이 노래는 종종 마트 차트 1위에 오르고, 온 국민이 합창하며 영국인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우리도 그런 사연의 노래가 있다. ‘비목’이다.
-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 -
우리 가곡을 지극히 사랑했던 한명희 선생이 젊은 육군 소위 시절 강원도 화천 비무장지대에서 잡초 사이로 다 무너져 흔적만 남은 이끼 낀 6.25 때의 무명용사 돌무덤 하나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적어 내려간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생명은 소중한 것, 적이라도 예외는 없다
패전국 일본의 경우 2차 대전 패전일인 8월15일에 도쿄 기노마루 공원에 있는 부도칸(武道館)에서 전몰자 추도식을 갖는다. 천황과 총리 등이 참석하는 행사이다. 독일도 매년 11월 셋째 일요일을 ‘전쟁희생자 추모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시 답곡리에 가면 북한군 중국군 묘지가 있다. 흔히 ‘적군묘지’라고 부른다. 1996년 7월에 이 공동묘역이 만들어졌다. ‘교전 중 사망한 적군 유해도 존중되고 묘지도 관리해야 한다’는 제네바 협정 추가의정서에 따라 만든 것. 언제고 서로를 인정하고 전몰장병의 유해를 교환하자고 합의가 되면 돌려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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