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가정보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대통령이 국정원의 증거조작 의혹에 처음으로 입을 연 배경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국정원의 혐의가 해명되기보다는 점점 짙어지는 쪽으로 가고 있고 국민의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면 검찰의 신뢰도 크게 흔들리고 공안정국이란 카드가 효력을 잃게 된다. 더구나 지방선거가 다가오는데 지지부진하던 야권의 두 세력이 힘을 모아 신당을 만든다고 한다. 여권으로서는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급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선거와 관련해서는 기막힌 타이밍을 부여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지율 나쁘던 초기에 지방선거를 치러 참패하고, 곧 이어 총선까지 치르면서 일찌감치 레임덕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초기 지지율이 최고조일 때 지방선거를 치르고 총선은 임기 끄트머리에 있다. 지방선거만 큰 실책 없이 넘어가면 정권은 내내 순탄할 수 있는 여건이다. 그런 점에서 국정원의 비리 행태와 파문이 커지면 곤란하다. 또 간첩사건은 이명박 정부 때지만 증거조작은 명백히 박근혜 정부 때 발생한 사건이어서 그냥 넘어 갈 수 없다고 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