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2/12/10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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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공고문이 붙었습니다. 위층에 새로 이사 오기 위해 리모델링하는데 불편할 수 있으니 이해를 해 달라는 문구였습니다. 쉬는 날 집에 있어보니 참으로 시끄러웠고 잠을 잘 수 없어 짜증이 났습니다. 그러다 문득 2년 전 내가 이사를 올 때도 이웃들이 이렇게 고생을 했겠구나 생각하니 어떤 사람이 이사를 올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또 다른 안내장 한 장이 붙었고 스케치북 한 장에는 가족들의 그림과 함께 이렇게 써있었습니다. “저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우리가족이 이사를 오려고 예쁘게 고치고 있습니다. 많이 시끄럽지만 저와 동생이 너무 기대하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주시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실 지도 모릅니다.” 어린아이의 삐뚤삐뚤하게 쓴 안내장에 너도 나도 미소를 지었고 요렇게 당돌한 녀석이 누군지 궁금해 졌고 누군가가 종이 여백에 답 글을 적기 시작하자 너도나도 아이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예쁘게 꾸민 집에서 행복하게 살으렴... 시끄럽지 않으니 걱정 말아라... 마음 착한 우리 꼬마들 빨리 보고 싶구나.... 등등 이곳은 오래전에 지어진 곳이라 어른들만 사는 집이 대부분입니다. 오랜만에 활기찬 아이들을 보니 덩달아 신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르고 새로운 집에 이사를 왔습니다. 젊은 부부였고 안내장에도 표시를 했던 개구쟁이 꼬마 2명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누가 초인종을 누릅니다. 나가 보니 새로 이사 왔다며 젊은 부부와 두 형제였습니다. 형으로 보이는 녀석이 배꼽인사를 하며 “어제 10층에 이사 왔는데 이 떡 드시면 10살은 젊어지신데요. 엘리베이터에서 우리를 만나면 많이 예뻐해 주세요.” 라는데 얼마나 밝고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맛있게 먹으마. 그래 니가 엘리베이터에 편지를 붙였니” “네.. 동생이랑 같이 한 거예요” “앞으로 우리 자주 만나자” 라고 답해주니 짱 이라고 엄지 척을 해줍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사를 한다고 일일이 떡을 돌리는 일도 대단한데 엘리베이터 안내문도 신선했고 온 가족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귀여운 아이들의 덕담까지 받으니 참 행복했습니다. 엘리베이터 탈 때 그 아이들이 기다려질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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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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