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2/12/12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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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2022년 달력도 이제 딱 한 장 남았네요.

3년 동안 제 마음은 늘 겨울이었습니다. 사람이 몸이 아프면 그리 되나 봅니다. 화사한 봄이 찾아와도 좋은 줄 모르고 길거리에 예쁘게 핀 코스모스를 봐도 아무런 감동이 없고 세상이 온통 새하얗게 물든 겨울이 와도 전 늘 아팠고 혼자였습니다. 위암 앓은 지 3년째! 제게는 그 어떤 기쁨도 없었습니다. 늘 고통이 따르고 가족들은 점점 지쳐갔고 저를 좋아했던 사람들도 하나둘 제 곁을 떠났습니다. 저는 병 빨리 나을 줄 알았습니다. ‘아직은 51살! 아직은 젊어. 괜찮아! 금방 나을 거야.' 그렇게 희망을 가졌었는데 병이 길어지니 자신감은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수척해진 제 자신만 남았습니다. 아침에 문득 거울을 보는데 예전엔 머리숱도 많고 그랬는데 지금은 민머리뿐입니다. 제일 미안한 게 가족입니다. 가족들한테 짜증도 많이 내고 마음에 없는 말도 많이 하고 그랬거든요. 엄마가 저 때문에 속 많이 상하셨지요. 엄마에게 제일 죄송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저처럼 암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만 아픈 줄 알았는데 그 카페엔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 속마음을 카페에 다 썼습니다. 처음엔 망설였지요. 저한테 싫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쩌나? 그랬는데 아니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힘내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어떤 분은 자기도 암으로 5년을 고생하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많이 듣고 큰 위안을 받았다고, 요즘은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런지 몸도 더 건강해진 기분이다. 하면서 힘내라고 했습니다. 전 그 수많은 따뜻한 글들을 읽으며 한 시간 내내 울었습니다. 그리곤 이상하게 아침밥도 맛있고 기분이 좋은 거예요. 이제는 다시 태어난 기분입니다. 2022년도 다 지나가는 12월... 기쁜 일은 그대로 묻어두고 슬픈 일은 강물에 다 띄어 보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내년에는 건강해지고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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