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시부모님이 오셨습니다. 아파트에서 공용으로 쓰는 큰 수레에 뭔가를 잔뜩 실어 오셨습니다. 어머니는 하나하나 꺼내놓으면서 이건 금방 찧어온 쌀이고 이건 유기농 달걀이고 이건 직접 키운 야채고.....집 앞 마트나 시장가면 살 수 있는 건데도 어머니는 꼭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하십니다. 대충 정리가 끝나자 "어머니, 아버님 저녁 드시고 가세요." 하니 "아니다, 우리 갈 데 있어" 하면서 주스만 한잔 드시고는 얼른 일어나십니다. "더 놀다가세요" 하면서 몇 번이나 붙잡아도 제 손을 꼭 잡고는 "애 키우느라 고생이 많다. 나중에 또 올께" 며느리 불편할까봐 늘 왔다 금방 가시곤 하는 시부모님...정말 밥도 차려드리고 싶고 손자들 노는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데, 언제나 저를 먼저 배려해주십니다. 저 사실 신혼 때는 시부모님께 섭섭한 게 많았습니다. 주변에 친구들은 시댁에서 집도 사주고 차도 사주고 또 아이 낳으면 보너스도 주고 한다던데, 우리는 결혼도 신랑이 거의 다 알아서 했고 집도 전세로 저희가 마련했습니다. 그래서 내심 아쉬운 마음이 많았는데, 이제 몇 년 살아오면서 보니 그렇게 못해주신 시부모님 마음이 더 아프고 미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들집인데도 늘 미리 전화하고 오시고 또 오셨다가도 금방 가시고 그러면서도 뭐라도 생기면 다 갖다 주시고... 그 마음 헤아리지 못하고 더 살갑게 해드리지 못했던 제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더 잘하려고요. 보고 싶어 하는 손주들 데리고 자주 찾아 뵙고, 맛있는 음식 준비해서 식사하러 오시라고 먼저 연락드리고, 또 안부전화도 자주 드리고, 1년에 한 번씩은 모시고 여행도 가고...“늘 저를 ‘사랑이’ 라고 부르시는 어머님, 아버님~그동안 부족한 며느리 예뻐 해 주시고 아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앞으로 더 잘할게요. 건강하시기만 하세요.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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