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2/12/26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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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친구랑 30년 만에 은사님을 만났습니다. 고 1때 역사 선생님. 선생님은 늘 학교의 불합리한 결정들에 당당히 맞서 싸우셨습니다. 친구가 반장이 되고 학년대표가 되었을 때 학교 관행상 그때 만 해도 교무실과 아이들에게 간식을 돌려야 했는데 선생님은 어려운 친구의 형편을 알고 절대 그런 걸 못하게 하였고 교장선생님의 눈치를 보셔야 했죠. 선생님이 그 학교에 있는 동안은 집안이 어려운 아이들도 반장 부회장 회장등등 당당하게 나갈 수 있었고 우리 학교는 청렴결백한 학교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늘 선생님은 어려운 학생, 육성회비를 못내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었고 자습서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참고서도 사주셨습니다. 그렇게 학생들 편에 서서 일만하셨던 선생님, 우리가 선생님을 댁에 방문했을 때 연세가 80. 친구와 제 이름을 기억해 주시는 데 기적 같았습니다. 수업할 때 그 목소리와 표정. 30년 전이랑 똑같았습니다. ‘네가 참 공부도 잘하고 일하나는 똑 부러지게 했지. 전자 공학과 갔지?’ 친구를 그렇게 기억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습니다. 우리는 30년 전으로 돌아가 누구는 아이 셋 엄마가 되었고, 누구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었고 누구는 부동산 중개인이 되었고 등등 말씀드리니 선생님은 어렴풋이 얼굴들을 떠올리며 ‘그렇게 왈가닥 지영이가 아이 셋 엄마가 되었다고? 믿기지 않는데...’ 선생님은 저녁을 먹으로 나가자고 했지만 우리는 돌아올 길이 너무 멀어 아쉽지만 3시간의 대화를 끝으로 선생님과 헤어져야만 했습니다. 사모님이 그러셨어요. ‘늘 창밖을 바라보고 화분 가꾸는 게 일인데 제자들 온다고 얼마나 좋아 하셨는지 몰라요.‘ ’우리 자주 찾아뵐게요. 다음에는 꼭 선생님이랑 저녁 먹을 게요’ 선생님은 우리가 차로 떠나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시며 미소를 보이셨습니다. 늘 우리 편에서 싸워 주셨던 선생님이 살면서 늘 생각이 났던 이유는 선생님처럼 행동하기가 쉽지 않은 게 인생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고 그걸 친구와 저는 감사하고 싶었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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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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