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2/12/31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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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몹시도 추운 날이었습니다. 딸아이가 회사에서 받았다는데, 제 생각이 나서 아껴둔 맛난 음식을 준다기에 모처럼 마중을 나갔습니다. 그렇게 역전에서 딸아이와 만나 무거워 보이는 짐을 나눠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어구 어구! 저 아저씨 또 나오셨네.." 검정색 얇은 점퍼를 입고서 겨울 찬바람에 온통 웅크린 상태에서 앞에 수북이 쌓인 모과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퇴근길에 몇 번이나 봐온 그 아저씬 항상 같은 자세로 그저 모과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단, 한 번도 가격고지를 한다거나.. 판매 멘트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사람들이 지나치면 물끄러미 쳐다보며 사달라는 모습뿐이었습니다. 처음엔 황금빛으로 예뻤던 모과가 점점 노랑 빛도 덜해가고 게다가 어떤 것은 얼은 것 같기도 하고...퇴근길엔 항상 장을 봐서 오느라 제 두 손이 비는 날이 없었는데, 그날은 한손이 비어 있어서 "조금이라도 사자~" "엄마! 모과상태도 안 좋고, 그걸로 뭐 하시게요. 우리 안 먹잖아요." "그래도 이 추위에 아무것도 못 드셨으면 어떡해..." "엄마! 안돼요. 그런 식으로 집에 필요도 없는 것 많이 사다가 두셨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아니면, 그 누구도 상처 난 모과를 사줄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앞서서 걷는 딸아이를 보내고 조심스레 모과 앞에 웅크려 있는 아저씨께 갔습니다. "저...이 모과 5000원 어치만 주세요." "정..말.. 사실려구요?" 아저씬 놀란 듯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요...꼭, 필요해서 사는 거예요. 5000원어치도 팔죠?" "그..그럼요... 이건 덤이에요" 아저씬 덤을 더 많이 챙겨 주셨습니다. "오늘은 추운데, 일찍 들어가세요." 아저씬 그제 서야 소리 내어 웃으셨습니다. "하하~정말 고맙습니다." 낑낑거리며 딸아이와 모과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 했습니다. 굳이 필요치 않았음에도 모과를 사온 것은 그때 제 마음이 시켜서 였습니다. 항상 보면서도 그냥 지나치고 후회 했던 일들이 많았거든요. 그 아저씨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 일 텐데...그렇게 전 저에게 주어지는 날들에 아름답게 익어가는 삶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온 집안에 상큼한 모과향이 기득합니다. 다음엔 아저씰 위해 여유분의 핫 팩이라도 챙겨서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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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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