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1/26 <엄마와 청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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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은 어김없이 냉장고에서 청국장을 꺼냅니다. 지난 가을 오산 장날에서 산 청국장인데 작년 12월부터 눈이 유난히 많이 와서 자주 끓여 먹고 있습니다. 온 집안을 구수 한 냄새로 진동하게 만들어 한번 끓여 먹고 나면 공기청정기 돌리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하지만 딸과 함께 살 때는 끓여 먹지도 못했는데 딸이 결혼 하고 나서는 마음 놓고 끓여 먹을 수가 있습니다. 유독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저녁이면 남편도 나도 시골에서 자란 탓인지 어머니의 그 청국장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엄마의 청국장 만드는 솜씨는 예술이었습니다. 가을에 추수한 콩을 깨끗하게 씻고 삶아서 커다란 시루에 넣고 아랫목에 두꺼운 이불을 덮어 발효를 시켰는데 청국장 뜨는 냄새는 어린 시절 그렇게 싫어 안방에 들어가지도 않았지요. 삼사일이 지난 후에 콩이 곰팡이가 핀 것처럼 되면 실오라기 같은 끈끈이들이 축축 늘어져 엄마는 감으로 청국장이 다 되었다 하시면서 절구통에 넣고 쿵더쿵 절구질을 하셨습니다. 한번 끓여 먹을 수 있을 만큼씩 포장을 해서 동네 사람들은 물론 멀리 사는 친척들에게까지 나누어 주셨지요. 눈이 내린 날 딸이 와서 한마디 합니다. ‘엄마, 또 청국장 드셨지요?’ 하면서 베란다 창문을 열고 유난을 떱니다. ‘너도 애 엄마가 되었으니 고집 부리지 말고 청국장 한번 먹어봐. 건강에 좋아.’ 하면서 보글보글 청국장을 끓여 주었더니 코를 막고 한입 먹어 보더니 ‘어, 맛있는데? 엄마 나도 입맛이 변하나봐.’ 하면서 밥을 말아 한 그릇을 비워 냅니다. ‘거 봐라 맛있지? 냄새난다고 안 먹더니 이젠 너도 아줌마가 다 되어가나 보다.’ 처음 먹어본 청국장맛에 반한 딸이 청국장을 싸달라고 합니다. 사위도 먹여 보고 싶다고.. 이젠 눈이 오면 청국장을 더 많이 끓여서 딸과 사위 모두 불러 놓고 마음껏 편하게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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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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