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2/09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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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친정엄마 모시고 언니들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 여행을 주선한건 큰 언니였습니다. ‘동생들아, 엄마가 무릎수술하고 일 년 넘게 외출도 못하고 재활치료만 받느라 많이 우울하신 것 같아. 무리하지 않는 코스 짜서 엄마 바깥바람 좀 쐐 드리고 오자.’ 그렇게 출발한 딸 셋, 그리고 엄마와의 부산여행.. ‘어머나 세상에나..요즘 기차는 깨끗하고 널찍하니 참 좋구나. 그리고 부산을 이렇게 빨리 갈 수 있는 게 너무도 신기하다.’ 초고속 열차를 처음타본 엄마는 아이처럼 좋아하셨습니다.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엄마는 추억의 보따리들도 풀어놓으셨는데 ‘우리 큰딸이 제일 고생 많았지. 새벽일하는 엄마 대신 동생들 밥 해 먹이고, 집안 허드렛일 도맡아하고..에고... 국민 학교 삼 학년짜리 그 어린 걸 고생시켰네. 미안하다 큰딸.’ ‘엄마는, 별 소릴 다해. 그 시대엔 어쩔 수 없었지 뭐. 나는 우리 막둥이 화상 입었을 때가 너무 가슴 아팠어.’ 둘째언니도 제등을 토닥이며 ‘맞아. 우리막내, 엄마가 새벽일 가기 전에 사골 국 끓여놓은 거로 아침밥 차리는데 밥상을 놓쳤잖아..그 뜨거운 사골국 냄비가 막내 손등으로 엎어졋으니...’ ‘괜찮아, 실수였잖아..흉터도 많이 흐려졌는데 뭐. 난 그래도 언니들 덕에 행복했던 기억도 얼마나 많다고. 동네 애들한테 장난감 뺏기고 울면서 들어오면 둘째언니가 얼마나 야무지게 애들 혼내줬다고~애들이 언니 무서워서 나한테 잘해줬다니까. 난 언니들 없었음 절대 이렇게 못 컸을 거야.’ 울었다가 웃었다가, 한참 추억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도착한 부산의 겨울바다. 언니 손, 엄마손, 든든하게 잡고 걷는 바닷가산책이 하나도 춥지 않았습니다. 횟집에서 회도 먹고 멋진 호텔에서 하룻밤도 묵고, 큰언니는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엄마는 계속, ‘어머나 너무 좋다..아이고 참 좋다.’ 감탄을 하시고.. 엄마를 위한 힐링 여행이었지만 우리 세 자매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봄이 오면 우리 ‘모녀여행’ 더 자주 다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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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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