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2/10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세요>


Listen Later

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야야 엄마 좀 가르쳐다오. 엄마가 따라가지를 못하겠어. "아니 지금 배우셔서 뭐 하실 건데요?" 버르장머리 없이 엄마한테 그런 말을 해 놓고도 아무렇지 않았던 뻔뻔한 딸이었습니다. "집사님 너무 고마워요. 진짜 세상을 다시 보는 것 같아요. 이제는 앉아있으면 컴퓨터자판이 생각나고 막 이렇게 해보고 싶어져요." 권사님은...제가 가르쳐드린 컴퓨터가 너무 재미있다고 과일까지 사오셨습니다. 권사님의 얼굴에 우리 엄마얼굴이 겹치면서 저도 모르게 콧날이 시큰해졌습니다. "에이 이게 뭐라고 한낱 과일바구니에 눈물을 흘리세요? 다음에는 진짜 좋은 것 드려야겠네. 집사님 감사."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가시는 권사님의 뒷모습을 보면서 결국 혼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앗습니다. 엄만 집이 가난해 중학교 다니다 말았다고 하셨어요. ’나는 말이야 영어도 배우고 싶고 말이지. 컴퓨터 못 다 배운 것 꼭 배우고 싶어." ‘응 엄마...이제엄마 다 나으면 나랑 같이 영어도 배우러 가고 컴퓨터는 제가 가르쳐드릴게요." 여성회관 앞을 어렵게 딸의 팔을 붙잡고 걸으시던 우리 엄마는 결국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돌아보니 엄마한테 못한 것투성이입니다. 지은 죄가 너무 커서 엄마계신 추모의 집을 찾아가도 감히 고개를 들을 수 없는 딸. 엄마용돈 한번 넉넉히 드리지도 못하고 늘 동동거리며 사는 딸에게 "야야 딸아 엄마가 문화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우는데 암만해도 못 하겠다. 여기 이거 어떻게 하는 거냐?" "에이 엄마 지금 배우셔서 뭐하게요" 그러자 책을 조용히 덮으시던 우리 엄마 모습이 지금 또렷이 떠오릅니다. 교회 권사님께는 잘도 가르쳐드리는 참으로 몹쓸 딸. 권사님의 뒷모습에서 떠나가신 엄마모습 발견하고 꺽꺽 운다 한들 엄마는 이제 너무 먼 곳에 계시고.. ’엄마 딸 용서해주세요 무릎 끓고 사죄드립니다. 너무 늦지 않았다고 말 해 주세요. 엄마 너무도 그리워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more
View all episodesView all episodes
Download on the App Store

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 5
  • 5
  • 5
  • 5
  • 5

5

3 ratings


More shows like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View all
FM POPS 한동준 입니다 by CBS

FM POPS 한동준 입니다

0 Listeners

CBS 김현정의 뉴스쇼 by CBS

CBS 김현정의 뉴스쇼

190 Listener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by 세바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53 Listeners

정다운의 뉴스톡 530 by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7 Listeners

세바시 청년 by CBS

세바시 청년

1 Listeners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by CBS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37 Listeners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by CBS

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40 Listeners

아름다운 당신에게 강석우입니다. by CBS

아름다운 당신에게 강석우입니다.

3 Listeners

새롭게 하소서 by CBS

새롭게 하소서

9 Liste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