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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상수리나무 사이에 걸쳐 앉은 노을빛이 따스해 보입니다. 신갈나무 가지 위, 재바르게 움직이는 산새들에게서는 생동감이 느껴지고요. 거실, 시리도록 하얀 눈에 고여 있던 외로움도 어느 사이 희미해졌습니다. 창가, 녹색식물의 색은 더 진해지고 제라늄에서 피어난 파스텔 톤 꽃은 화사합니다. 잠시 노을에 기대어 붉은 저녁을 맞이하는데 길어진 낮의 그림자를 가늠하며 오늘의 메뉴를 펼쳐봅니다. 섣달 그믐날 동네 방앗간에서 뽑은 구운 가래떡 두 가닥, 엊그제 읍내에서 산 9,800원짜리 피자 반 조각, 지난여름 끓이고 갈아 진공 포장해둔 토마토주스 두 잔, 그리고 며칠 전 봄맛을 돋우려 담근 나박김치 한 사발. 누군가 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우리의 상차림엔 마지막 남은 기다란 햇살 한 조각까지 욕심껏 담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벌써 배가 부른데 뜰을 채우던 붉은 색조도 배가 가득찼나 봅니다. 차차 검붉어지는 뜨락에 어제 산책길에서 만난 풍경이 겹칩니다. 매섭게 볼을 때리던 바람 속에는 아린 통증보다 시원한 쾌감이 담겨있었지요. 계곡 따라 흐르는 얼음 속 물소리도 봄을 재촉하듯 재잘재잘 주변을 깨웠고요. 지붕에서 똑똑 떨어지는 낙숫물소리와 고드름 녹는 소리는 마치 돌림노래처럼 경쾌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산촌의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왔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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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BS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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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상수리나무 사이에 걸쳐 앉은 노을빛이 따스해 보입니다. 신갈나무 가지 위, 재바르게 움직이는 산새들에게서는 생동감이 느껴지고요. 거실, 시리도록 하얀 눈에 고여 있던 외로움도 어느 사이 희미해졌습니다. 창가, 녹색식물의 색은 더 진해지고 제라늄에서 피어난 파스텔 톤 꽃은 화사합니다. 잠시 노을에 기대어 붉은 저녁을 맞이하는데 길어진 낮의 그림자를 가늠하며 오늘의 메뉴를 펼쳐봅니다. 섣달 그믐날 동네 방앗간에서 뽑은 구운 가래떡 두 가닥, 엊그제 읍내에서 산 9,800원짜리 피자 반 조각, 지난여름 끓이고 갈아 진공 포장해둔 토마토주스 두 잔, 그리고 며칠 전 봄맛을 돋우려 담근 나박김치 한 사발. 누군가 아침은 왕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우리의 상차림엔 마지막 남은 기다란 햇살 한 조각까지 욕심껏 담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벌써 배가 부른데 뜰을 채우던 붉은 색조도 배가 가득찼나 봅니다. 차차 검붉어지는 뜨락에 어제 산책길에서 만난 풍경이 겹칩니다. 매섭게 볼을 때리던 바람 속에는 아린 통증보다 시원한 쾌감이 담겨있었지요. 계곡 따라 흐르는 얼음 속 물소리도 봄을 재촉하듯 재잘재잘 주변을 깨웠고요. 지붕에서 똑똑 떨어지는 낙숫물소리와 고드름 녹는 소리는 마치 돌림노래처럼 경쾌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산촌의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왔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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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기자수첩[김현정의 뉴스쇼 2부] by CBS](https://podcast-api-images.s3.amazonaws.com/corona/show/158270/logo_300x300.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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