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2/15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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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는데, 현관 앞에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습니다. 우리 집 두 남자 중 한사람의 물건 일거라 짐작하고 택배 시킨 주인공 이름을 살폈습니다. 근데 글씨가 하도 작다보니 무조건 매직으로 크게 쓴 우리 집 동 호수를 보고 그냥 집에 들고 왔습니다. 마침 집에 있던 남편에게 “또 뭘 시킨 거야? 택배 상자 크기로 봐서 자기 물건인 것 같은데” 요즘 남편의 낙은 리모컨을 들고 홈쇼핑을 보는 겁니다. 처음에는 잔소리도 하고, 조근 조근 설명도 했지만 남편이 자기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뺐지 말라는 말에 우선은 두고 보는 상태입니다. 남편이 택배상자를 살피더니, “이거 우리 거 아니잖아 왜 가지고 온 거야?” 합니다. “거기 커다랗게 매직으로 우리 동과 호수가 쓰여 있잖아.” 남편은 잠시 보더니, ‘받는 사람 주소를 봐야할 것 아니야?’ 하며 우리는 2호인데 4호 주소가 기재되어 있다는 겁니다. 주문물건도 패드 200매라고 쓰여 있는데, 우리에게 해당되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배달하시는 분이 매직으로 동호수를 잘못 기재한 것 같습니다. 우선 커다란 택배상자를 밖으로 내다 놓았습니다. 남편은 신경 쓸 것 없다며 택배 배달원이 다시 와서 원래 주인에게 돌려 줄 거라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좀 낑낑대며 가져다 놓으면 되는 일인데, 4호라는 말에 잠시 멈칫했습니다. 작년 여름. 민원이 들어왔다면서 경비실 호출에 경비원까지 방문해서 취조 비슷하게 당한 일이 생각나서입니다. 1호와 2호, 3호와 4호 사이에도 공용공간이 있는데 거기엔 주로 자전거나 유모차 등을 놓아두곤 하는데 누군가 멸치와 새우등을 말리기 위해 펼쳐 놓아 냄새가 심해 이웃집에서 민원을 제기했는데, 우리 집이 민원대상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틀 만에 4호의 아저씨 것으로 판명 나서 수습이 되었지만 그 안 좋은 기억 때문이었을까 택배를 나 몰라라 하고 싶은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살그머니 현관 밖을 내다보니 커다란 택배상자가 우두커니 있는 모습에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앞치마를 두른 상태로 낑낑대고 4호 현관 근처에 택배상자를 놓고 왔습니다. 이게 뭐라고 잠시 고민했는지 웃음이 나옵니다. 새해에는 이웃과 나쁘게 얽히지만 말고, 목례정도라도 하는 사이로 다가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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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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