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2/22 <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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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신랑 흉을 실컷 보고 다니면 시원해야 하는데 그게 아닌가봅니다. 엄마 집에 갔다가우리 집에 오는데 남편이 엄청 미안한 얼굴을 한 채 서 있습니다. "장모님한테 갔다 왔어?" 하며 제가 든 반찬꾸러미를 받아듭니다. 나갔던 기세로 생각하면 그 손길을 뿌려져야 하는데 못이기는 척 꾸러미를 건넸습니다. 남편은 살짝 안으며 이렇게 말합니다. "여보 내가 미안테이. 잘못했다. 두 번 다시 술 안 먹을 게. 내가 당신한테 할 말이 없다." 합니다. 울컥 눈물이 나려 하는데 나도 잘한 거 없다 싶습니다. 못이기는 척 ‘알았어.’ 하며 얼른 주방으로 들어갑니다. 잔치국수를 최고로 좋아하는 남편 벌써 몇 그릇째인지 모릅니다. 남편은 사실 밀가루 음식을 좀 절제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위장이 안 좋아서 아침이면 속 쓰리다고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친구만 만났다하면 술을 마시고 카드로 마구 결제를 하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람입니다. 장 천공으로 치료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술을 마시고 오는 바람에 짐 싸들고 친정에 가버린 겁니다. 엄마 앞에서 사위 흉 엄청 보았고 엄마는 맞장구를 쳐 주셨는데 그래도 내 분은 영 풀리지 않았습니다. 이걸 애증이라고 해야 하나? 사랑하면서도 밉고, 미우면서도 사랑하는 마음? 험담을 하면 덜어 질줄 알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도 또 찾아가는 엄마. 엄마도 참 못할 노릇 일 텐데 잘도 참고 들어주십니다. 그러면서 ’이 사위 몹쓸 놈.‘ 하면서 흉을 같이 봐주십니다. 그러면 어지간히 풀릴 법도한데 오히려 기분이 상하고 맙니다. "엄마는 사위한테 왜 말을 그렇게 하시우?" 하며 쌩 토라져 버립니다. ‘나 갈게." 하며 나서면 딸을 붙잡고 "반찬 갖고 가. 알타리 잘 익었어. 무짠지랑 열무, 사위가 좋아할 텐데?" 하며 싸주십니다. 그래서 난 또 다짐합니다. '남편 험담을 그만해야겠다. 그리고 이 사람 제발 술 좀 끊어주면 참 좋겠다.' 며 새 소망을 품어봅니다.

    GRACIAS AL A LA VI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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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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