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3/04 <아들의 첫 아르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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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들이 대학생이 되고 나서 아르바이트가 무척이나 하고 싶었나 봅니다. "엄마 나 야채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할 거야." "그래? 해봐!!!"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가고 나는 아들의 방에 들어갔습니다. 먹다 남은 과자봉지며 다 녹아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 샤워하고 닦은 젖은 수건이 이불위에 던져져 있습니다. "아르바이트고 뭐고 방청소나 제대로 하지!" 나는 아들의 방을 치우다 액자 속 5살 아들과 마주쳤습니다. "저 조그만 하던 아이가 어느새 자라 아르바이트를 갔네! 채소가게에서는 어떤 일을 할까? 힘들지는 않을까?" 힘든 일도 해보고 어려움도 직면해보고 그래야 성숙한 인간이 되련만 나는 어지 그리 아들을 감싸고돌기만 했던지...나이가 스물이지 뭐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거라고는 공부밖에 없다는 게 나의 잘못인 것 같아 미안하다가도 또 아들이 염려되기를 반복합니다. 저녁에 아들이 좋아하는 닭볶음탕을 했습니다. 현관 문 소리가 들리더니 아들이 들어왔습니다. 곱게 입고 나갔던 티셔츠는 초록과 황토색으로 물들어 있고 눈은 쾡 하니 힘이 쭉 빠진 아들은 "엄마 나 너무 힘들어서 밥 못 먹겠어. 들어가 눕는다!" 그렇게 좋아하는 닭볶음탕의 냄새가 나는데도 얼마나 고되었기에 그냥 들어가는지..아들은 밤새 앓았습니다. 다음날 "엄마 나 못하겠어! 어제 엄청난 야채 박스를 옮겼는데 허리가 안 펴지고 서 있는 것도 힘들어 나 다른 아르바이트 알아볼까봐!!!" 그렇게 아들의 첫 아르바이트는 끝이 나고 이번에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노라 알아보는 중인데 잘 할 수 있을지.. 오늘 처음으로 아들이 설거지를 자청하더니 소쿠리에 국수 가락하며 밥그릇에 밥풀하며 다시 설거지를 해야 했지만 그리고 처음으로 김치볶음밥을 해주는데 많이 짜서 먹기 힘들었지만 뭐든 해보려는 맘이 예뻤습니다. 그래 뭐든 굳은살이 생길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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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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