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3/08 <옷에 대한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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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침 바쁜 출근길에 나서는 아내의 옷차림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갱년기 이후 갑자기 부풀어 버린 몸도 그렇지만, 그런 몸에 겹겹이 입고도 체크무늬 오버를 걸치고 펭귄걸음으로 운전대를 잡을 아내. 안전벨트를 매면 숨이나 제대로 쉴지.. '그 옷 말이야. 꼭 그거 입어야 해?' 두 손에 가방이며 텀블러를 들은 내가 턱을 내밉니다. '그럼 뭐 입어?' '참나..여러 개 겹쳐 입고 운전하는 게 불편하지 않냐 고?' '나처럼 몇 년 된 옷 입고 다니는 사람도 없어. 난들 이거 입고 싶어서 입겠어?' 아니, 입지 않는 옷이 장롱 두 칸과 2개의 서랍장, 침대 밑 종이박스 두세 개에도 옷으로 가득한데도 입을 옷이 없답니다. 내 옷은 그저 갈아입을 티셔츠 서너 벌과 사시사철 즐겨 입는 청바지 4벌, 그리고 겨울 방한 용 다운점퍼와 캐주얼 상의 2벌 정도인데... 어머니 역시 살아생전에 젊은 나이 때부터 옷에 대한 애착은 며느리보다 덜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의 옷장에는 봄과 가을, 겨울옷이 어김없이 구별되었고, 여름엔 민소매와 반팔 옷은 물론, 입을 때마다 풀 먹은 모시옷을 곱게 다림질하여 걸어 놓으셨고, 나들이라 해도 결혼식이나 교회에 갈 때, 가까운 곳이나 시장에 갈 때의 매무새를 달리하셨지요. 하지만 어쩌다 시골집에 가면 몸 빼 바지에 목과 소매가 늘어난 티셔츠, 털이 일어난 두터운 쉐터만 입고 계셨습니다. 염색마저 귀찮다며 흰머리로 사시는 어머니의 홈드레스는 멋과 품격과는 어울리지 않아 늘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어머니의 모습대신 아내의 불편한 표정을 보며, 당장 백화점에 가서 옷 한 벌 사주고 싶지만, 그저 머뭇거릴 수밖에 없네요. 여성들에게 옷이란 무엇인지...문뜩 옷에 대한 고민은 세대를 넘어 대를 이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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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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