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3/12 <우리 정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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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는 사십 중반에 재혼을 한, 딸 넷 아들 하나를 둔 둘째사위입니다 동갑내기 지금의 아내와 한 번씩의 상처를 딛고 가정을 꾸린지도 벌써 이십여 년. 지금이야 많이 변했지만 이혼과 재혼을 흠결로 보던 때라 첫인사를 드리러 간 제가 문전박대를 당할 만큼 저희의 재혼에 대한 처가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를 처음 보셨을 때부터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손을 내밀어 주신 유일한 분이 장모님이셨습니다. 저는 장모님을 ‘장모님’도 ‘어머님’도 아닌 ‘어머니’라 불렀습니다. 친어머니 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저에게 장모님은 친어머니 같았습니다. 그동안 매년 청주 처가를 찾아뵙고 허리가 불편하신 어머니 드라이브도 시켜드리고 맛난 것도 함께 먹으러 가고 팔다리도 주물러 드리며 밤늦도록 이야기꽃도 피우며 어머니와 참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아내와 제가 대문을 들어 설 때면 어머니 시선은 딸은 안중에도 없고 "우리 정서방 왔어?" 하며 오직 사위인 저를 찾으시느라 두리번두리번, 외출할 때 아버지가 부축이라도 해드릴라 치면 ‘손 저리 치워 유. 난 우리 정서방 손잡고 갈 껴.’ 사위 넷 중에 유독 저를 부르실 때만 “정서방~우리 착한 정서방~~” 하고 부르시던 어머니. 그런데 아흔이 넘어 급격히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할 수 없이 요양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침대에 누워 흐릿한 시선으로도 여전히 두리번두리번 여러 가족들 중에 저를 찾아 손을 잡으시던 어머니~ ‘걱정 마세요. 금방 좋아져서 다시 집에 오실 거예요.’ 했는데.. 요양병원에 가신지 보름 만에 하늘나라로 떠나셨습니다. 재혼해서 네 사위들 중 제일 늦게 들어왔지만 어머니가 그토록 예뻐하셨던 둘째사위. 어머니 표 멸치볶음을 제일 좋아했던 정서방이 오늘은 어머님이 너무도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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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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