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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병원에 계시는 친정 엄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다음에 올 때 니들 어려서 찍은 앨범 좀 가지고 와라." 일이 바빠 "알겠어요. 금방 다시 전화할게요." 하고는 엄마와의 약속을 잊어버린 채 수일이 흘렀고 간병인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머님이 자꾸 앨범 이야기를 하시네요. 요즘 식사도 잘 안하시고...." “아, 네 앨범 가지고 갈게요." 다음날 부랴부랴 친정에 들려 먼지가 뽀얀 앨범 몇 권을 찾아 병원으로 갔습니다. 수일 만에 만난 엄마는 저보다 제 손에 들린 앨범을 더 반기시며 "얼마나 바빴길 레 이거 하나 가지고 올 시간도 없었니? 내가 꼭 보고 싶은 사진이 있어서 몇날 며칠 잠도 못 잤다. " 그리고는 앨범을 넘기면서 좀 전과는 달리 환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제 앞으로 앨범을 내미십니다. "너, 이 사진 기억나니? 운동회 날에 너 달리기 꼴찌해가지고 입이 열 발은 나와서 점심도 안 먹고 집에 간다고 해서 싸온 김밥은 먹지도 않았잖아. 결국 너만 짜장면 먹여서 달래줬잖니. 사진사 아저씨가 웃으라고 열 번도 더 해서 찍었는데..이렇게 찍어 놓고 보니깐 웃기지? 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고집만 세가지고는.." 하면서 꼭 어제 일처럼 말씀하시네요. "엄마도 이때는 참 젊고 예뻤는데...세월이 이렇게 속절없이 흐를 줄 알았으면 느그아부지 한테도 좀 잘하고 너무 돈돈 하며 살지 말걸...아등바등 산 게 후회된다. 너도 져주는 게 이기는 거다. 네 고약한 성질머리 받아주고 살 사람이 흔한 줄 아냐?" 하십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게 진짜 엄마 맞아? 엄마 이때 남자들한테 인기가 좀 많았겠네..." 했더니 엄마는 "당연하지. 엄마가 동네에서 인기가 최고였지.. 선자리가 들어 왔는데 키도 작고 비쩍 마른 느그아부지가 착해 보여 만난 지 세 번 만에 약혼 하고 두 달 있다가 결혼 했지." 라면서 이번에는 아버지와 찍은 약혼사진과 결혼식 사진 앨범을 들춰보기 시작합니다. "엄마 이땐 머리도 길고 날씬혔는디...이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십니다. 며칠 전의 일도 까마득히 기억 못하는데 이렇게 앨범 앞에서는 또렷하게 옛 추억을 더듬는 우리 엄마가 얼른 건강 좋아지셔서 우리와 여행도 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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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계시는 친정 엄마가 전화를 하셨습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다음에 올 때 니들 어려서 찍은 앨범 좀 가지고 와라." 일이 바빠 "알겠어요. 금방 다시 전화할게요." 하고는 엄마와의 약속을 잊어버린 채 수일이 흘렀고 간병인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어머님이 자꾸 앨범 이야기를 하시네요. 요즘 식사도 잘 안하시고...." “아, 네 앨범 가지고 갈게요." 다음날 부랴부랴 친정에 들려 먼지가 뽀얀 앨범 몇 권을 찾아 병원으로 갔습니다. 수일 만에 만난 엄마는 저보다 제 손에 들린 앨범을 더 반기시며 "얼마나 바빴길 레 이거 하나 가지고 올 시간도 없었니? 내가 꼭 보고 싶은 사진이 있어서 몇날 며칠 잠도 못 잤다. " 그리고는 앨범을 넘기면서 좀 전과는 달리 환한 미소를 지으시더니 제 앞으로 앨범을 내미십니다. "너, 이 사진 기억나니? 운동회 날에 너 달리기 꼴찌해가지고 입이 열 발은 나와서 점심도 안 먹고 집에 간다고 해서 싸온 김밥은 먹지도 않았잖아. 결국 너만 짜장면 먹여서 달래줬잖니. 사진사 아저씨가 웃으라고 열 번도 더 해서 찍었는데..이렇게 찍어 놓고 보니깐 웃기지? 너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고집만 세가지고는.." 하면서 꼭 어제 일처럼 말씀하시네요. "엄마도 이때는 참 젊고 예뻤는데...세월이 이렇게 속절없이 흐를 줄 알았으면 느그아부지 한테도 좀 잘하고 너무 돈돈 하며 살지 말걸...아등바등 산 게 후회된다. 너도 져주는 게 이기는 거다. 네 고약한 성질머리 받아주고 살 사람이 흔한 줄 아냐?" 하십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게 진짜 엄마 맞아? 엄마 이때 남자들한테 인기가 좀 많았겠네..." 했더니 엄마는 "당연하지. 엄마가 동네에서 인기가 최고였지.. 선자리가 들어 왔는데 키도 작고 비쩍 마른 느그아부지가 착해 보여 만난 지 세 번 만에 약혼 하고 두 달 있다가 결혼 했지." 라면서 이번에는 아버지와 찍은 약혼사진과 결혼식 사진 앨범을 들춰보기 시작합니다. "엄마 이땐 머리도 길고 날씬혔는디...이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하면서 눈시울을 붉히십니다. 며칠 전의 일도 까마득히 기억 못하는데 이렇게 앨범 앞에서는 또렷하게 옛 추억을 더듬는 우리 엄마가 얼른 건강 좋아지셔서 우리와 여행도 다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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