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3/31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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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몇 달 만에 친정 나들이를 했습니다. 반가움도 잠시!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는 엄마가 반겨주시는데 어색 그 자체였습니다. 염색을 하지 않은 엄마의 머리카락은 하얗고, 허리도 잘 펴지지 않는다고 구부정하게 걸으시는데 우리엄마가 맞나 싶었습니다. 집안을 들어서자마자 12첩 밥상이 차려져있습니다. 저는 밥상을 보자마자 엄마에게 화를 냈습니다. "엄마! 누가 밥 먹는다고 했어? 이 많은 음식 뭐하러했어?" "먹으려고 한 거지!" "그냥 대충 먹으면 되지. 이렇게 많이 누가 먹는다고!" 사실 엄마는 저희가 온다고 하면 늘 이렇게 많은 음식을 준비 하십니다. 그런데 그날은 왜 그리 화가 나고 눈물까지 나던지...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겉으로 내뱉은 말은 엄마에게 상처 되는 말이 나옵니다. 밥을 먹는데 평소 같음 웃음이 많았건만 아무 말도 없이 먹기만 했습니다. 남편은 "당신 장모님한테 왜 그래? 평소답지 않게.." "나도 몰라 그냥 화가나." 밥을 먹은 뒤 보자기에 잔뜩 쌓여있는 반찬들...."엄마! 나 애 아니니까 반찬 같은 거 해주지 마요! 내가 다 해먹을 줄 아는데 왜 이렇게 많이 하냐고.." 또 화난말투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엄마가 해준 음식을 언제까지 먹을지 몰라도 할 수 있을 때까지 해줘야지." "이젠 내가 해줄게. 못해도 흉내는 낼 수 있어." 바리바리 음식을 들고 문밖을 나오는데 뒤따라 나오는 우리엄마.. 조심히 잘 가라며 손 흔들어 주시는 엄마의 모습이 잊혀 지질 않습니다. 우리엄마는 나이 들어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마를 떠올리면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집에 와서 엄마의 음식을 여는 순간 자식들에게 음식해 줄 때가 힐링이 된다고 하셨던 엄마의 말이 떠오릅니다. ‘엄마, 짜증내서 죄송해요.’ 엄마에게 전화한통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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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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