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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알바 일을 마치고 날씨도 화창해, 하천 산책길을 따라 귀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벤치부근으로 눈길을 돌리는 순간 책 한 권을 들고 벤치에 비스듬히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남편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왕소금 남편이 웬 일이래. 비싼 커피까지 먹고 낡은 자전거 바구니엔 딸기 한 팩과 커피 잔이 있었습니다. 평소 남편은 전기 아껴라, 가스 아껴라, 물을 아껴라. 음식은 남지 않게 작은 냄비에 조금씩만 조리해라. 등등 잔소리가 많습니다. 그리고 3년 전 정년퇴직을 한 뒤 산으로 다니면서 자연보호 한다고 쓰레기도 줍고 봉사활동도 하지만 요즘 많이 의기소침해져 있고, 내색은 안하지만 많이 외로워 보인다 싶었습니다. 졸고 있는 남편 얼굴엔 주름살도 늘고 부쩍 흰머리도 많아 보입니다. 남편의 왜소한 몸이 더 작아 보여 마음이 짠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화사한 꽃그늘 아래 졸고 있는 남편을 그냥 모른 체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괜 시리 눈물이 핑~돕니다. 회사생활 33년 동안 철저히 아끼며 살아온 남편이 왕소금, 짠돌이라 답답하고 고지식해 종종 다투기도 했지만 그래도 성실한 남편 덕분에 이 정도 산다는 게 고맙고, 참 감사했습니다. 남편이 재테크에도 까막눈이고 재주를 부리지 못해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고생한다고 투정하고, 자가용 한대 굴려본 역사가 없이 맨 날 뚜벅 이로 불편하게 산다고 잔소리를 해대던 일들도 너무나 미안스러웠습니다. 오늘 저녁엔 남편이 좋아하는 부추전도 부치고 막걸리 한 잔 권하며 당신 덕분에 우리 가족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힘내라고 위로의 말을 전해 볼까 합니다. 그리고 자전거도 한 대 새 걸로 사주려고 합니다. 아이구 무슨 자전거를 15년이 넘게 타고 다니는지 분명 왕 짠돌이 맞지요?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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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일을 마치고 날씨도 화창해, 하천 산책길을 따라 귀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벤치부근으로 눈길을 돌리는 순간 책 한 권을 들고 벤치에 비스듬히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는 남편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니 왕소금 남편이 웬 일이래. 비싼 커피까지 먹고 낡은 자전거 바구니엔 딸기 한 팩과 커피 잔이 있었습니다. 평소 남편은 전기 아껴라, 가스 아껴라, 물을 아껴라. 음식은 남지 않게 작은 냄비에 조금씩만 조리해라. 등등 잔소리가 많습니다. 그리고 3년 전 정년퇴직을 한 뒤 산으로 다니면서 자연보호 한다고 쓰레기도 줍고 봉사활동도 하지만 요즘 많이 의기소침해져 있고, 내색은 안하지만 많이 외로워 보인다 싶었습니다. 졸고 있는 남편 얼굴엔 주름살도 늘고 부쩍 흰머리도 많아 보입니다. 남편의 왜소한 몸이 더 작아 보여 마음이 짠하고 안쓰러웠습니다. 화사한 꽃그늘 아래 졸고 있는 남편을 그냥 모른 체하고 발길을 돌리는데 괜 시리 눈물이 핑~돕니다. 회사생활 33년 동안 철저히 아끼며 살아온 남편이 왕소금, 짠돌이라 답답하고 고지식해 종종 다투기도 했지만 그래도 성실한 남편 덕분에 이 정도 산다는 게 고맙고, 참 감사했습니다. 남편이 재테크에도 까막눈이고 재주를 부리지 못해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고생한다고 투정하고, 자가용 한대 굴려본 역사가 없이 맨 날 뚜벅 이로 불편하게 산다고 잔소리를 해대던 일들도 너무나 미안스러웠습니다. 오늘 저녁엔 남편이 좋아하는 부추전도 부치고 막걸리 한 잔 권하며 당신 덕분에 우리 가족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힘내라고 위로의 말을 전해 볼까 합니다. 그리고 자전거도 한 대 새 걸로 사주려고 합니다. 아이구 무슨 자전거를 15년이 넘게 타고 다니는지 분명 왕 짠돌이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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