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4/15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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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내가 읽고 싶은 책이 있다고 하길 레 서점에 가서 사자고 하니 굳이 살 필요는 없다며, 도서관 가서 대출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집에서 20분가량 떨어져 있는 도서관에 갔습니다. 딸이 유치원시절부터 학창시절에 내내 주말이면 가던 곳이었죠. 딸은 어릴 때부터 책을 참 좋아했습니다. 책을 읽어주면 호기심 가득 찬 눈망울로 귀를 쫑긋하며 집중을 했습니다. “아빠, 이건 뭐야? 저건 뭐야?아빠, 백설 공주가 착해? 신데렐라가 착해?” 이거저거 쫑알쫑알 질문도 많았지요. 잠자기 전에도 꼭 제가 책을 읽어주었는데 읽어주면 읽을수록 딸의 눈은 더 초롱초롱해져서 난감한 적도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때인가? 한 번은 도서관에 갔는데 아이가 백과사전만큼 두꺼운 책을 가지고 와서는 “아빠, 나랑 내기 하자. 서로 읽은 책 얘기 해주기” 코스모스라는 과학책인데 학창시절에도 안 읽던 과학 도서를 딸 덕분에 밤새가며 열심히 읽은 적도 있습니다. 주말이면 한 가득 책을 대출해 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아이가 타지 대학을 입학을 하게 되면서 도서관도 자주 안 가게 되었네요. 늘 세 식구가 함께 다녔는데 딸이 없이 아내와 함께 간 도서관은 조금 어색했습니다. 아내는 읽고 싶은 도서를 검색하고 저도 몇 권의 책을 찾아 햇살이 있는 창가에 앉았습니다. 맞은편에는 나이 지극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돋보기를 쓴 채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 두 분의 모습에 한 참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텀블러에 든 무엇인가를 할머니에게 권유하셨고 할머니는 됐다며 손 사레를 치다가는 드셨어요. 그러고는 두 분은 또다시 책을 읽으시는데 한편의 그림처럼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도서를 대출 해 제 옆에 앉은 아내도 두 분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서로 챙겨주며 마음의 양식으로 함께 내면적인 아름다움으로 채워가는 두 분을 보며, 아내와 저도 이 노부부처럼 잘 익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앞으로 도서관에 자주 오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따스한 봄날의 햇살이 중년의 우리 부부를 응원해주는 듯 기분은 좋은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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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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