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4/19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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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신 후 저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웅다웅 할 게 뭐 있나.. 인생이 허무해졌습니다. 다툼도 싫고 애증 미움 관심도 싫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도 맛없고 매사가 다 귀찮았습니다. 한 번은 계단을 내려가다가 잠시 혼절을 한 것인지 눈떠보니 제가 병원에 있었습니다. ‘당신 쓰러져서 구급차 불렀잖아. 정말 기억 하나도 안나?’ 남편이 눈물 자국을 보이며 묻습니다. "응 기억...나지..." 나는 안 나는 것을 난다고 했습니다. 얼른 수납하고 집에 가자했지요. ‘아니야, 좀 더 과정을 살펴봐야지.’ 내가 밥 맛 없어서 대충 먹거나 안 먹거나 또 건너뛰거나 했으니 당연 힘이 없었겠지요. 하지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퇴원을 했습니다. 집에 와서 저는 단단히 주의를 받았습니다. 계단 내려갈 적에 슬리퍼 신지 않을 것. 깜깜한 시간에 내려가지 않을 것. 밥 꼭 세끼 챙겨 먹을 것. 그렇게 다 체크하면 오십 만원 용돈으로 주겠다는 남편의 말에 예전 같았으면 앗싸 했을 텐데 ‘응 알았어.’ 하며 고개만 끄덕였더니 남편이 ‘문제네 문제야.’ 하며 걱정합니다. 그러다 또 한 번 쓰러지고 말았지요. 대충 구겨 신은 운동화로 껌껌한 밤에 계단을 내려가다 그대로 구른 겁니다. 남편이 나를 업고 집에 들어왔나 봅니다. ‘여보 제발 내말 좀 들어.’ 진짜 많이 울었는지 얼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러다가 내가 아닌 남편이 쓰러지겠다 싶어 힘을 냈습니다. 그리고 접어두었던 공방일도 다시 시작하려고 쓸고 닦고 했습니다. 회원들을 모아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공예...그래....이렇게 자기 몸을 빛내 다른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어야지 그게 우리인생이지. 엄마 가시고 나서 내 가슴에 세찬 바람만 불었는데 다시 일어나 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쓰러지지 않을 거라고 다짐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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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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