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4/28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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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작년에 훌쩍 떠난 제주도 여행에서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직접 유기농으로 키운 하우스 감귤 10kg. 퇴근길에 찾으러 가 경비아저씨께 조금 드리고 어떤 여자 분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향긋한 귤 냄새를 풍겨 놓고 그냥 내리기도 뭐하고, 나눠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내릴 층이 다 되어갈 때 쯤. “제주도의 아는 지인이 유기농 감귤을 보내주셨어요. 조금 나눠 드릴게요. 못 생겼어도 달고 맛있어요.” 라고 주섬주섬 귤을 그 여자분 양손에 올려드렸어요. 몇 개를 드렸는지는 모르지만 두 손에 담길 정도로 드렸습니다. 저는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그리고 며칠의 시간이 흘러 저는 그때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지냈죠. 그런데 저녁 띵동! 초인종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한 여자 분이 서 계십니다. “저, 혹시 저번에 엘리베이터에서 저에게 귤을 나눠주시지 않으셨어요?” 라고 조심스럽게 물으시더라고요. 그분도 얼핏 저를 봐서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고 저 역시도 그랬어요. “아~~예 맞아요.” 하니 그 여자 분은 활짝 웃으며 그때 제가 내린 층수를 기억해두었다가 혹시나 해서 벨 눌러보았다며 그때 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며 빵을 한 아름 주십니다. 순간 저는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그때 귤 많이 드리지도 못했는데...” 라고 말을 흐렸고, 그 여자 분은 아니라며 정말 달고 맛있었다며 우리는 서로 고마워했습니다. 저는 “몇 호에 사세요?” 라고 물었지만 그 분은 제가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았는지 “아니에요~ ” 하면서 급히 가셨습니다. 그 여자 분이 가고 한참동안 빵을 바라보는데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짧게 맺은 인연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농사지은 감귤을 보내주신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 몇 개 안 되는 귤을 받았지만 그것보다 더 크게 선뜻 돌려주신 내 이웃, 우리 사회가 삭막하다 하지만 아직 정이 살아 있는 거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주면 돌아오고, 돌아오면 주고 둥글둥글하게 살아야겠다고 느껴지는 하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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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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