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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먹을 게 귀했던 어린 시절, 엄마는 우리 세 남매를 햇볕이 잘 드는 골목길에 앉혀놓고 달고 나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국자에 설탕을 넣고 휘휘 젓다가 소다를 넣으면 황갈색 맛난 과자가 되었지요. 끝 맛이 묘했지만 어릴 때 우리에게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부푼 달고 나처럼 어릴 적 우리들의 꿈도 부풀기만 했는데 엄마는 집에 계신 아버지 대신 날마다 식당 설거지를 하러 다녔죠. 하루 종일 퉁퉁 불은 손으로 아버지 밥을 챙기고 허리가 아픈지 반찬을 만들다 말고 어깨를 치기도하고 허리를 주무르기도 했습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엄마의 고생이 눈에 보이자 나는 더 이상 엄마에게 달고 나를 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내가 직접 달고 나를 해 볼 생각으로 엄마가 하던 것처럼 국자위에 설탕과 소다를 넣고 휘휘 저었는데 어째 다 타 버렸습니다. 엄마는 태운 국자를 닦으면서 ‘먹고 싶으면 엄마한테 말을 하지.’ 라고 하셨지만 나는 종일 고생하는 엄마에게 부탁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는 비가 오는데 그날따라 엄마가 늦으셨습니다. 방안에서 꼼짝도 안하던 아버지가 웬일로 부엌으로 들어 가 국자에 설탕을 넣고 달고 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누가 그딴 거 만들 달랬나? 엄마는 날마다 고생하는데 아빠도 좀 어떻게 해 보던지.. 맨 날 놀기만 하고..’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모습이 왜 그리 밉던지 ~그냥 방으로 들어와 버렸더니 아버지는 달고 나를 세 개나 만들어 말없이 내 앞에 내밀고 나가셨습니다. 접시 안에 담긴 달고 나는 하나도 깨지지 않고 잘 만들어져 먹고 싶었지만 먹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늦게 오셔서는 "잘 만들었구먼. 와 안 먹었는데?“ 아무래도 늦을 거 같으니 막둥이에게 달고 나를 만들어 주라고 하셨던 가 봅니다. 그런데 아직도 궁금한 건 엄마가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제 엄마도 아버지도 달고 나는 만들어주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를 보면 언제나 달고나 냄새가 나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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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게 귀했던 어린 시절, 엄마는 우리 세 남매를 햇볕이 잘 드는 골목길에 앉혀놓고 달고 나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국자에 설탕을 넣고 휘휘 젓다가 소다를 넣으면 황갈색 맛난 과자가 되었지요. 끝 맛이 묘했지만 어릴 때 우리에게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부푼 달고 나처럼 어릴 적 우리들의 꿈도 부풀기만 했는데 엄마는 집에 계신 아버지 대신 날마다 식당 설거지를 하러 다녔죠. 하루 종일 퉁퉁 불은 손으로 아버지 밥을 챙기고 허리가 아픈지 반찬을 만들다 말고 어깨를 치기도하고 허리를 주무르기도 했습니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엄마의 고생이 눈에 보이자 나는 더 이상 엄마에게 달고 나를 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내가 직접 달고 나를 해 볼 생각으로 엄마가 하던 것처럼 국자위에 설탕과 소다를 넣고 휘휘 저었는데 어째 다 타 버렸습니다. 엄마는 태운 국자를 닦으면서 ‘먹고 싶으면 엄마한테 말을 하지.’ 라고 하셨지만 나는 종일 고생하는 엄마에게 부탁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는 비가 오는데 그날따라 엄마가 늦으셨습니다. 방안에서 꼼짝도 안하던 아버지가 웬일로 부엌으로 들어 가 국자에 설탕을 넣고 달고 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누가 그딴 거 만들 달랬나? 엄마는 날마다 고생하는데 아빠도 좀 어떻게 해 보던지.. 맨 날 놀기만 하고..’ 구부정한 아버지의 뒷모습이 왜 그리 밉던지 ~그냥 방으로 들어와 버렸더니 아버지는 달고 나를 세 개나 만들어 말없이 내 앞에 내밀고 나가셨습니다. 접시 안에 담긴 달고 나는 하나도 깨지지 않고 잘 만들어져 먹고 싶었지만 먹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늦게 오셔서는 "잘 만들었구먼. 와 안 먹었는데?“ 아무래도 늦을 거 같으니 막둥이에게 달고 나를 만들어 주라고 하셨던 가 봅니다. 그런데 아직도 궁금한 건 엄마가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제 엄마도 아버지도 달고 나는 만들어주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를 보면 언제나 달고나 냄새가 나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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