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5/22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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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얼마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께 효도다운 효도를 했습니다. 저희 친정은 부모님생신, 어버이 날 같은 가족행사가 있으면 외식을 하기보단 집에서 잔치를 합니다. 1남 3녀인 저희 집은 어른만10명, 아이들은 8명. 스무 명 가까이 되는 대가족이 모이면 일단 식당을 예약하기도 어렵고 또 음식취향도 제각각이라 메뉴하나 고르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눈치안보고 우리식구끼리 화기애애하게 즐기려면 집 밥이 최고다! 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 거죠. 그런데 막둥이인 저는 위로 줄줄이 언니 오빠들이 준비한 가족행사를 매번 참석하기만 했는데 그게 미안하기도하고, 뭣보다, 우리부모님 더 나이 드시기 전에 제 손으로 차린 집 밥 꼭 대접 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가족들 모두에게 공지를 띄웠습니다. ‘5월 가족행사는 막내 집으로 모이세요.’ 그러자 식구들 모두 걱정이 많습니다. 제일먼저 큰언니 ‘막내야, 네가 뭘 하겠다고 그래. 애까지 데리고 이 많은 식구들 음식을 어떻게 다해, 언니가 음식 조금해갈게.’ 그리고 오빠와 올케는 ‘막둥아 그냥 우리 집에서 모여. 식구들 왔다 가면 너 몸살날거 같아서 그래.’ 거기다 친정 부모님은, ‘우리 막내딸 무슨 일 있는 거냐?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다.’ 식구들이 걱정할수록 저는 더 자신이 생겼습니다. 제 곁엔 보조해줄 남편이 있으니까요. 부모님 잘 드시는 열무김치를 담을 때도 남편이 간을 맞춰주고, 야채 다듬는 것도 도와줬습니다. 또 조카들이 좋아하는 튀김요리를 할 때도 남편이 거들어주고요. 갈비찜, 잡채, 샐러드, 밑반찬까지, 가족밥상을 만들기까지 일주일 꼬박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우리 대식구의 저녁식사초대. 엄마가 식사하다 말고 우셨습니다. ‘우리막둥인 엄마에게 늘 애기였는데..그 애기가 이 많은걸 해주다니 너무 대견해서 눈물이 난다.‘ 그리고 언니 오빠들 모두 고생했다며 토닥여주고 조카들도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시끌벅적했던 5월 우리 집 모임, 내손으로 부모님께 따스한 밥 한 끼 해드릴 수 있어 너무 흐뭇했답니다. 무엇보다 남편이 없었으면 못해냈을 텐데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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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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