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5/25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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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남편과 하루 종일 멀뚱하게 할 말도 별로 없이 지낸지도 8개월. 책도 읽었다가 베란다 화초를 키우기도 하고 5일장에 가서 여러 종류의 묘 종도 사서 심어 놓기도 하고.. 라디오를 들으며 사연 보낸 분들의 이야기에 젖어들다가 동네 산책길도 걷다가 저녁에 드라마 보는 게 나의 반복되는 일과였습니다. 남편은 다니던 직장의 경영난으로 집에 있게 되면서 무료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는데 하루하루가 힘든지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눈치를 주지도 않았는데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한 모양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가정을 위해 열심히 고생한 남편을 쉬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쯤~~~그래, 이제 내가 나가서 일을 해 볼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60이 넘은 이 나이에 일할 곳이 있을까? 복잡한 생각이 들면서 조심스레 주민 센터에 가보았습니다. 혹시 제가 할 만할 일이 있을까요?? 하며 말끝을 흐리니~직원분이 여러 곳의 일자리기관의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건네줍니다. 그 기관 중에 제가 일할 수 있겠다 싶은 곳이 시니어클럽 숲속요정카페였습니다. 한 달에 10번 하루에 세 시간 일하고 급여는 누구는 하찮다 하겠지만 저에게는 너무 소중했습니다. 건강치 못한 저에게 매일 다니는 것도 힘든데 정말 안성맞춤 이었습니다. 근무한 지 3개월째. 아직은 배우는 단계인데,,.60세 넘은 언니도 계시고 제 또래에 친구 같은 동료도 있습니다. 하나하나 배워가는 희열을 느끼며 무엇보다 일할 수 있음에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저를 부를 때 혜경 요정님!! 이라고 불리면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이 나이에 나의 존재가 뚜렷해지는 듯 참 좋습니다. 3개월 수습기간이 끝나면 수제 청 만드는 시험도 치고 6개월쯤 지나면 커피 내리는 시험도 칩니다. 제가 직접 내린 커피를 손님께 드리는 상상을 하면 설레 임과 기분 좋은 떨림이 느껴집니다. 오늘도 일마치고 집에 오면서 머릿속에는 수제 청 재료 들어갈 그램 수와 순서를 숙지하면서 시장 들렀습니다. 오늘 저녁은 근대된장국 보글보글 끊이고 남편이 좋아하는 두릅을 초고추장에 찍어서 맛있는 저녁 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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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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