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5/27 <나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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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맏며느리지만 맏이 역할을 못하고 지냈습니다. 시어머님 살아계실 때, 맏이인 우리 집보다 동서네 집에서 사셨습니다. 효자 남편은 늘 그게 마땅찮아 했는데 어머님과 꼭 사이가 좋지 않아서보다는 동서가 직장에 다니니 어쩔 수 없이 동서네 아이들을 봐 주다가 그냥 동서네 집에서 아예 살게 되신 겁니다. 아무래도 같이 안 살다보니 나는 시어머님과는 늘 서먹하고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동서 네서 지내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와야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살았습니다. 가끔 남편이 "이제 어머님 우리 집에서 모셔야 하는 거 아니야? 라고 하면 "오시라고 하세요. 내가 뭐 어머님을 못 오시게 했나요?‘ 라고 볼 멘 소리 만 했을 뿐 막상 어머님을 모시고 오는데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어머님이 치매에 걸려 요양시설에 가 계시는 동안 저는 그 동안 못해드린 미안한 마음이 커서 남편과 자주 갔었습니다. 어머님은 나를 알아본 적은 없었는데 효자 아들은 알아보셨습니다. 아마도 어머님은 내게 대한 서운한 마음 대신 나를 알아보지 못한 걸로 표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님이 먼 길 떠나시고 이제는 집안의 어른이 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오래 동안 모셨던 동서에게 무어든 의논하고 동서가 중심이 되어 결정을 하다 보니 동서가 안 된다고 하면 모두 아닌 게 됩니다. 나도 내가 맏이고 형님이지만 동서가 안 된다고 하면 나는 그냥 동서 편을 들어줍니다. 그래놓고는 혼자서 속상 할 때도 있습니다. ’왜 나는 늘 손아랫사람에게 끌려만 갈까? 왜 나는 한 번도 내 주장을 내 세우지 않고 그저 남이 하자는 대로 할까?‘ 내 우유부단한 성격을 탓 해 보기도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늘 그냥 넘어갑니다. 또 동서의 결정이 나중에 보면 다 옳은 것이라서 이렇게 그냥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동안 내가 할 일을 동서가 해준 것이니 손 위사람 이라고 내세울 것이 아니라, 내일은 동서를 불러서 맛있는 밥 한 끼 먹자고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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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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