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5/31 <집순이 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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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우리 집 쫑쫑 이. 유기 견 보호소에 갔다가 데려오게 되었는데 며칠 동안은 너무 많이 물려서 파양도 생각해보았지만 어디 간들 이 아이가 힘들 것이라 생각해 우리 집에 온 이상 최선을 다해보자 한 것이 4년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혼자 집에 두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한번은 가족이 외식을 가기위해서 카메라로 촬영을 해두고 나갔다 돌아와서 본 영상은 정말 안쓰럽기 그지없었습니다. 2시간동안 점프를 했다가 하울링을 했다가 문을 발로 긁기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혼자두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학교가고 남편은 직장에 가고.. 나는 강아지를 데리고 나가지 않는 한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친구를 만나는 일도 때로는 미루거나 취소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주말에도 집에 머무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대신에 독서가 늘었고 라디오를 듣거나 집안이 깨끗해지는 등 좋아진 점들도 많아지긴 했습니다. 요리도 자주하고 집에서 러닝머신을 하고 피아노를 치기도 합니다. 나는 집에는 잠 만 자러 들어오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집 순이가 되었습니다. 대화상대는 반려견이였고 얘는 입이 무거워서 그 어느 누구에게도 내말을 옮기지 않아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진심어린말로 ‘너 다음생애 사람으로 태어나라. 그러면 우리 만나서 밥도 먹고 아메리카노도 마시자.’ 그러면 쭁쭁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알겠다는 눈치입니다. 요즘 제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현실을 받아들일 줄 아는 내가 되어가고 있는 걸 느낍니다. 바빴던 일상 속 정지된 듯 한 하루하루에서 빗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 베란다 꽃도 돌보고, 어항에 물고기도 보였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쳐가는 느낌도 이제는 너무도 확연히 느껴집니다. 여행을 가서야 보이는 일출이나 일몰도 하루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꼭 반려견이 아니더라도 하루가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듯 하는 현대인들도 잠시나마 느끼고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다면 지친 일상의 치유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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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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