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6/03 <사춘기 밤송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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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올해 고등학생이 된 사춘기 우리 딸. 묻는 말에 대답도 잘 안 하고 늘 방문을 콕 닫고 들어가, 은근한 신경전을 벌이는 날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때마다 "네가 사춘기면 엄마는 갱년기야. 갱년기가 사춘기 이긴다는데 엄마는 도저히 너를 못 이기겠다. 정말 넌 왜 이렇게 까칠한 거니?" 하면 딸아이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외할머니가 그러시던데 엄마는 중학교 때부터 그랬다면서. 엄마 닮아서 그런가보네." 제 속을 긁어댑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몸도, 마음도 피곤할 것 같아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으려는데 얼마 전 아침밥을 먹으며 "학교생활은 재미있니? 친구들 많이 사귀었어?" 라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엄마는 학교 다닐 때 재미있었어? 선생님들은 맨 날 공부해라, 지금 열심히 안하면 3학년 되서 후회한다고 무슨 녹음기 틀어놓은 것처럼 공부 이야기만 하고, 재미없어." 괜히 말을 걸었구나 싶으면서 딸아이의 대답을 듣고 나니 또 덜컥 겁이 났습니다. 투덜거리던 딸아이가 며칠 전에는 야간 자율 학습을 끝내고 집에 와서는 그 늦은 시간 방에서 한참을 통화를 하고 나오더니 묻지도 않은 말을 합니다. "엄마, 내일부터 학교 안 태워줘도 돼. 친구랑 같이 걸어가기로 했어." “응? 같이 갈 친구가 있어?" "응, 있어. 걔가 나보고 성격도 좋고 잘 맞는 것 같다고 절친 하재." 라면서 친구이름, 사는 곳, 성격까지 줄줄이 이야기 합니다. 다음날 입맛이 없다면서 그냥 가려는 딸아이에게 바나나와 구운 계란을 비닐 팩에 담아주었더니 "엄마, 이거 하나씩만 더 담아줘. 친구랑 가면서 먹게. 그리고 오늘 저녁 야자 선생님이 엄청 착하거든. 그래서 우리 그 시간에 몰래 떡볶이 먹으러 가기로 했어. 너무 신나." 그 모습을 보니 안도의 한숨이 나오면서 제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 역시도 고등학교 가서는 대학진학이 코앞이라는 생각에 모든 친구들을 다 라이벌이었습니다. 하지만 친한 친구가 생기면서 야간 자율학습 땡땡이도 치고 수업 시간에 도시락도 까먹다 들켜서 벌도 받으면서 친구와의 우정이 돈독해졌습니다. 까칠한 밤송이 같은 우리 딸 부디 학교생활 잘 해 나가면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 예쁜 추억 가득 만들어 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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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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