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6/16 <부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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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계속 전화가 왔습니다. 혹시나 하고 받았는데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던 언니였습니다. "하도 전화를 안 받길 레 번호가 바뀌었나 했네. 잘 지내지? 한번 보자! 언제 시간 돼?" "좀 바빠서.. 나중에 연락할게." 언니에게 유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기억은 없고 힘들기만 했던 곳에서의 일들이 다시 생각나 서둘러 전화를 끊었습니다. 회사 사람들 연락처를 다 지워버리고 잊고 있었지만, 그래도 언니의 전화를 그렇게 끊은 건 마음이 영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언니, 오늘 시간 되는데.." "그래? 그럼 당장 만나자! 이사 안 갔지? 내가 너희 집 근처로 갈게" "언니 우리 얘기만 하자! 여전히 속 좁다고 흉 봐도 할 수 없지만, 회사 얘기는 안 듣고 싶어" 그렇게 미리 약속을 받았습니다. 언니와 밥을 먹으면서 씩씩한 척, 잘 지내는 척을 했습니다. 내 얘기를 들어주면서 언니는 반찬 그릇을 다 내 앞으로 밀어주었습니다. "너 이 반찬 좋아했잖아. 고기도 더 먹고. 국물 있는 걸 좀 더 시킬까?" 더 이상 아닌 척 하기 싫어서, 제가 먼저 동료들 얘기를 꺼냈습니다. "나와서 보니까 다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하고 힘들게 하는지 너무 미웠어." "누가 너를 싫어해? 아니야! 오해한 거 있으면 풀어! 네가 곁을 안 내 줘서 그렇지 지금도 다들 네 안부 궁금해 하고 있어." 그때나 지금이나 언니는 저에게 좋은 말만 해줍니다. 우리 얘기만 하자고 해 놓고, 몇 시간을 회사 얘기를 했는데, 막상 속마음을 털어 놓으니 시원해 졌습니다. 언니의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나만 상처를 받은 게, 아니라 못지않게 내가 그들을 힘들게 했다는 걸 모른 체 했었습니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다가가는 것도, 다름을 인정하는 것도, 그리고 또 사과하는 것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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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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