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7/02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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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태어나서 처음으로 네일숍 엘 갔습니다. 대학생 딸이 저의 생일, 결혼기념일을 맞아 알바 한 돈으로 선물을 해주겠다고 갔습니다. 결혼 전에는 집안일도 하지 않았고, 핸드크림에 매니큐어도 발랐지만 결혼하고 난 후에는 손을 치장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손이 못난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딸과 함께 네일숍에서 막상 내 손을 누군가에게 내민다는 것이 새삼 부끄러웠습니다. 손을 내밀며 어색하게 말했죠. “손이 참 못 났죠?” 직원은 “무슨 말씀이세요. 따님 손이 어머님을 닮아 예쁜 거였군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그 말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직원분이 어찌나 정성스럽게도 손질해주었는지 마치 마법을 부린 듯 손톱이 멋지고 화려하게 변해있습니다. 보고 또 보고.. 화려하게 꾸민 손을 보고 있자니 문득 엄마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본 엄마는 잠시라도 편히 쉬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시골 농부에게 시집와서 엄마의 손은 늘 열일을 했죠. 수세미처럼 거친 손, 그날따라 유난히 나물을 다듬는 엄마의 손이 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이튿날 엄마와 함께 마트에 갔습니다.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가는데 매니큐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엄마~ 매니큐어 발라줄까?” “아이고 마 됐다. 내가 바르고 다니면 사람들이 할망구 노망났다 칸다.” 한사코 싫다는 엄마의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나는 빨간 매니큐어와 핸드크림을 샀습니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엄마의 손에다 핸드크림을 발라주었습니다. 굵은 손가락 마디마디, 손등 그리고 굳은살이 박인 손바닥을 어루만지는데 죄송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매니큐어를 발랐습니다. 엄마는 싫다면 서도 호기심 가득 찬 아이처럼 뚫어져라 보십니다. 다 바르고 나자 엄마는 “아이고 손에 꽃이 핀 거 같다야. 곱다 고와.” 이후 나는 퇴근을 할 때면 매니큐어 하나씩을 샀습니다. 매니큐어 고작 그것이 엄마를 행복하게 해 줄 줄은 몰랐습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의 낡은 화장대위에는 알록달록 매니큐어들만 줄지어 있습니다. 네일 케어를 받은 내 손을 보고 있자니, 빨간 매니큐어가 그려진 엄마의 그 손이 더 그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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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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