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7/05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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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게는 저보다 6살이나 많은 아랫동서가 있습니다. 시동생이 연상과 결혼하는 바람에 족보가 이상해진 거죠. 전 걱정이 많았습니다. 호칭도 문제지만 어떻게 동서를 대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우리 시댁은 종가집이어서 시댁에 자주 모이는데 동서에게 "언니~" 라고 불렀다가 시어머니에게 야단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계시면 동서~ 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번 두 번 만나다보니 우리 아랫동서가 어찌나 서글서글하고 성격이 좋은지 명절에 시어머니가 "이번 설에 식혜를 해야 하는데 큰애가 해 와라. 내가 물김치 담그고 만두준비 하려면 바쁠 것 같아." 하시니 우리 동서가 "어머니 제가 어제 엿 질금 사다가 놨는데 식혜 제가 해 올게요. 그리고 야채도 많은데 잡채도 할게요." 그러자 시어머님이 "그럴래? 그럼 그렇게 해." 하셨습니다. 사실 전 음식을 잘 못했어요. 그런 내가 종가 집 맏며느리니 하루하루가 눈물바람이었고 시댁에만 갔다 오면 끙끙 앓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나이 많은 동서가 들어온 뒤로 나는 너무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것 같습니다. "동서, 그거 내가 해야 하는데....미안해서 어떡해요." 하면 우리 동서는 "아이고 우리 형님 내가 하면 왜 안돼요? 나 음식 잘해요 괜찮아요." 동서는 씩씩하게 말합니다. 그렇게 동서와 한 가족이 된지 어느덧 37년이란 세월이 흘러 나와 동서도 60대가 되었습니다. 언젠가 동서와 한잔 하면서 이야기하는데 나랑 동갑인 동생이 있었는데 어릴 때 시고로 잃었대요. 날 보면 꼭 그 동생 보는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우리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내 어깨를 토닥여주며 위로 해주던 우리 동서. 남편과 싸우고 나서 하소연할 친정도 없어 속상해 전화를 하면 "우리 애기 형님을 누가 속상하게 했대요? 나한테 얘기해요 내가 들어줄게." 합니다. 이제 나도 동서도 더 나이가 들기 전에 우리 둘만의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여행 가서 시집살이 한 거, 남편들에게 섭섭했던 거 맘껏 이야기 나누며 맛있는 먹고 싶네요. "동서...지난 세월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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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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