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7/12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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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치매에 걸려 아버님 없이는 하루도 생활하기 힘든 어머님을 보고 있으면 가족을 위해 늘 음식을 만드시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님은 정말 깔끔하고 매사가 분명하신 분이었습니다. 집은 늘 깨끗하게 정돈 되어 있고 일주일에 한번은 꼭 이불빨래를 하셨죠. 그런 어머님에게 서운한 게 하나 있었는데 그건 둘째를 낳고 난 뒤였습니다. 남편이 장손이다 보니 둘째는 아들이었으면 하셨나봅니다. 어머님은 정말 냉정한 얼굴로 남편에게만 “너 배고프지? 나가서 밥 먹고 오자. 밥을 먹어야 간호를 할 거 아니니?” 신생아얼굴도 보고 싶지 않으신지.. 그렇게 두 분은 나가고 간호사가 딸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렇게 아이에게 수유를 하면서 덩그라니 앉아 있으니 눈물이 났습니다. 나도 맛있는 거 먹고 싶고 나도 애썼다는 말을 듣고 싶은데.. 얼마 후 어머님이 다시 오셨는데 내 눈을 보시더니 “아니 내가 니 남편만 데리고 나가서 밥 사 먹인 게 그렇게 억울하니? 그래서 우는 거야? 참 내.”그리곤 가셨습니다. 뒤늦게 내가 좋아 하는 모카커피를 사 들고 온 남편은 이런 대화가 온고 간 줄도 모르고 딸아이를 안고 신생아실로 데려다 주었는데 그 때를 생각하면 서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어머님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 죄송하기 까지 합니다. 대를 잊지 못하며 조상 볼 면목까지 없게 해드린 게 어머님에게는 큰 걱정거리였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큰 될 병이 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어머님은 너무 힘들어 하십니다. 커텐도 빨아야 하고 방석보도 씻어야 하는 데 본인은 그게 안 되니..며느리는 학교 일한다고 늘 바쁘니.. 아버님은 어머님의 삼시세끼를 다 차려 주십니다. 나이 70에 설거지도 하고 세탁기도 돌리십니다. 그러면서 늘 하시는 말씀이“내가 이 사람을 너무 많이 부려 먹었어. 이제는 그 벌로 내가 갚아 주고 있네. 집안 일이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줄 몰랐네.”우리를 알아보시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만 어머님의 병이 더 이상 악화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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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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