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7/15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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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갔는데 기다란 두 개의 의자에 할머니 몇 분이 앉아 계십니다. 그날따라 많이 걸었던 탓에 다리가 아파 빈자리가 있나 두리번거리는데 마침 비닐봉지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옆에 앉아 계신 할머니가 산딸기주인으로 보였지만, 치워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휴대폰 벨이 울려서 받게 되어 잠깐 통화를 하고 끊었는데, 갑자기 웅성거리며 큰소리가 납니다. 버스가 와서 딸기 봉지를 든 할머니가 오르려는데 한쪽 다리가 올라서지 못해 버스가 출발하지 못했던 겁니다. 지켜보던 버스기사분이 퇴근시간 배차 시간 지켜야 한다고.. 큰소리가 났던 모양입니다. 할머니는 겨우 버스에 오를 수 있었고, 버스는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류장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들의 얘기소리가 들려옵니다.“아이고, 나는 저렇게 안 살란다. 돈 벌어서 자식 줄 필요 없고, 기운 없고 몸이 불편하면, 모은 돈으로 택시 타고 다닐란다.”“나도 있는 돈 자식한테 안 줄 거야. 돈 주고 나면 그다음에는 신경도 안 쓰고 찾아오지도 않을 텐데. 대신 손주나 며느리 올 때 마다 몇 만원씩 용돈을 주고 있지.”“나는 외손주가 오면 2만원씩, 친손주가 오면 3만원씩 주고 있어. 가끔 찾아오면 덜 외롭기도 하고, 그 정도는 줄 수 있으니까..”부여에 계시는 시어머니가 예전부터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내가 힘닿을 때까지 김장도 양념도 쌀도 보태 줄 테니, 내가 기운 빠져 움직이지 못하면 니들이 좀 해다오.”작년부터 어머니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습니다. 밭농사는 조금씩 하면 된다고 하시지만, 자식들 성화에 농사를 못 짓게 되었습니다. 자식들이 엄마 보러 왔을 때 아무것도 줄 것이 없어지는 것이 벌써부터 한 걱정인 우리 어머니. 이제는 좀 편히 사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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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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