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7/19 <언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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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제발 열이 오르면 나한테 얘기하라고 신신당부하고 언니 집을 나왔습니다. 언니는 귀농 3년차 농부로 살건만 도시 생활만 하다가 귀농이라는 게 녹녹치 않았을 겁니다. 저와는 다르게 한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으로 일을 잘한단 말은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건강은 엉망진창이 된 것 같아요. 언니는 결국 좋지 못한 건강상태로 시골로 내려와 어설픈 농사를 짓다가 그만 알게 되었죠. 위암 3기인 것을. 내가 막 화를 냈지요. 감출 걸 감추어야지. 그리고 귀농했다고 해서 다 농군 되는 건 아니니까... 그만 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언니는 양파도 심고 마늘도 심고 벼도 심고 하여간에 뭘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잘될 리가 없지요. 언제 그런 걸 해보았다고.. 열이 나면서 염증수치가 올라가는데도 참고 있었던 겁니다. 이무래도 불안해 찾아가니 언니가 방에 쓰러져 헛소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응급실로 데리고 가 바로 입원을 하였고 시티촬영 등 검사하니 염증수치가 200에 가까운 아주 위험한 수치. 입원해 치료하고 지금은 퇴원을 기다리고 있건만 병원에서는 다시 일주일 더 있으라고 합니다. 언니도 이제 서야 정신을 차리는 건지 ‘그래, 네 말 들을 걸 그랬다. 열나면 바로 병원에 갈게.’ 합니다. 화를 내려다가도 그래 오죽 가기 싫었으면 그랬을까.. 어려서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치고 후유증으로 여섯 번이나 되는 재수술을 받아야만 했던 그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지 언니는 하여간에 병원 가는 걸 싫어했습니다. 그런 사람이 회사 생활한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무서운 병에 걸리다니.. 언니랑 병원 내 제과점에 앉았는데 "나 나가면 네 말대로 밥 잘 먹을게. 대신 달달한 그 케이크 한번 먹어보면 안 될까?”언니가 스트레스 안 받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인생 뭐라고 그렇게 잘하려고만 하는지..나처럼 편하게 살아도 나쁘지 않구만. 언니의 쾌유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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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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