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7/24 <듬직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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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친구들이 딸 이야기 하는 걸 보면 어릴 때도 엄마한데 조잘 조잘 이야기도 잘하고 독립을 하거나 결혼을 해서도 여전히 엄마에게 살가운데다 전화도 자주하고 대화 시간도 길다고 하는데 저희 딸은 어릴 때도 그렇고, 결혼을 해서도 살갑게 이야기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문자로 ‘응’ 또는 ‘오케이’등 너무 짧게 끝을 낼 때가 많아 속이 상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친구가 좋은 공연이 있어서 같이 보자고 티켓을 예약해 놓았다고 해서 그럼 ‘점심은 내가 살께’ 라고 했습니다. 마침 공연장이 딸이 근무하는 회사 근처라 딸에게 문자로 "딸, 엄마랑 지야 아줌마랑 내일 공연 보러 점심 때 너희 회사 근처 가는데 근처에 맛 집 식당 있니? 있으면 추천 좀 해줘" 라고 보냈더니 몇 시간 뒤에야 딸에게서 달랑 맛 집 메뉴와 위치를 보내 주었습니다.‘엄마, 여기 뭐가 맛있어요. 이 메뉴 추천해요.’ 라든지 ‘엄마 공연 잘 보고 오세요.’ 라는 글이라도 몇 자 적어 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역시 무뚝뚝하고 인정머리라고는 없다니깐 혼잣말을 하면서 섭섭해 했습니다. 다음 날 딸이 추천해주는 식당에서 친구와 점심을 먹고 있는데 딸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엄마 식당 잘 찾아 가셨어요? 근처에서 근무하는데도 못 가봐서 죄송하다고 아줌마한데 전해 주세요. 식사 하시고 바로 옆 건물에 빙수 가게가 있어요. 거기 쿠폰을 보내 드릴 테니 두 분 맛있게 디저트 드세요." 합니다. 친구에게 딸의 문자 내용을 전했더니 친구는 ‘어쩜 이렇게 속이 깊니. 너희 딸이 어릴 때도 듬직했잖니’하며 딸아이 칭찬을 합니다. 친구의 말에 기분도 좋았지만 전날 딸에게 섭섭했던 마음도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딸이 보내 준 쿠폰으로 빙수도 먹고 친구와 공연까지 즐겁게 보고는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딸, 오늘 고마웠어. 아줌마도 고마워하면서 너 보고 싶어 하더라." 는 문자를 보냈더니 얼마 후 "응" 이라는 답장이 왔습니다. 딸의 답장을 확인하고는 ‘그래 이래야 우리 딸이지.’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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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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