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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아내와 같이 산지도 어언 3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아내의 행동 중에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내는 가위 바위 보를 할 때 항상 제일 처음에 '보' 를 낸다는 사실입니다. 저희 부부는 사소하게 귀찮은 일들, 예를 들면 커피타기, 과일 깍기, 밥 좀 더 퍼오기, 간단한 설거지,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 내오기 등등을 할 때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하는 걸로 묵시적 합의를 해왔습니다. 며칠 전 점심 먹을 때의 일입니다. 새로 올라온 호박볶음이 입맛에 잘 맞아 금 새 밥 한 공기를 뚝딱하고 빈 공기를 아내 앞에 턱하니 놓자 아내는 결연히 오른손 주먹을 치켜 올립니다. 밥 더 퍼오기 가위 바위 보를 하자는 거죠. 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 주먹을 들어서 가위 바위 보를 외치면서 엄지와 검지를 천천히 펴면서 가위를 내밀었습니다. 물론 아내는 힘차게 보자기를 냈고요. 이내 아내는 귀여운 짜증을 내면서 빈 밥공기를 들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그런 아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나이에 갑자기 철이 든 것일까요? 아내가 밥을 다시 가져왔을 때 까지도 먹먹한 내 마음은 진정이 안 되어 표정관리 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남은 밥을 먹으며.. 다음번 가위 바위 보에서는 꼭 주먹을 내야지 하면서 몇 번이고 속으로 다짐해봅니다. 그러면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아내의 모습을 볼 수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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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같이 산지도 어언 3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아내의 행동 중에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내는 가위 바위 보를 할 때 항상 제일 처음에 '보' 를 낸다는 사실입니다. 저희 부부는 사소하게 귀찮은 일들, 예를 들면 커피타기, 과일 깍기, 밥 좀 더 퍼오기, 간단한 설거지, 냉장고에서 맥주 한 병 내오기 등등을 할 때면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하는 걸로 묵시적 합의를 해왔습니다. 며칠 전 점심 먹을 때의 일입니다. 새로 올라온 호박볶음이 입맛에 잘 맞아 금 새 밥 한 공기를 뚝딱하고 빈 공기를 아내 앞에 턱하니 놓자 아내는 결연히 오른손 주먹을 치켜 올립니다. 밥 더 퍼오기 가위 바위 보를 하자는 거죠. 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 주먹을 들어서 가위 바위 보를 외치면서 엄지와 검지를 천천히 펴면서 가위를 내밀었습니다. 물론 아내는 힘차게 보자기를 냈고요. 이내 아내는 귀여운 짜증을 내면서 빈 밥공기를 들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그런 아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나이에 갑자기 철이 든 것일까요? 아내가 밥을 다시 가져왔을 때 까지도 먹먹한 내 마음은 진정이 안 되어 표정관리 하느라 꽤나 애를 먹었습니다. 남은 밥을 먹으며.. 다음번 가위 바위 보에서는 꼭 주먹을 내야지 하면서 몇 번이고 속으로 다짐해봅니다. 그러면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아내의 모습을 볼 수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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