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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초등학생인 큰애는 밖에 나가자고 하면 "싫어. 엄마 혼자 나가." 이러며 휴대폰을 봅니다. 모처럼 가족끼리 외식이라도 하자고 하면 "귀찮아. 그냥 배달시켜 먹자." 하며
휴대폰 게임을 합니다. "아들아. 휴대폰 그만 보고 공부 좀 해." "알았어. 이거 다 보고 할게." 엄마 얼굴에 시선 한번 주지 않고 대답하는데 화도 내보고 소리도 질러 보지만 그뿐입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큰 애는 엄마가 하는 말에 말대꾸는 기본이고 짜증을 있는 대로 부립니다. 친구들이 말합니다.‘손님이고 투명인간처럼 대해’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설거지를 끝내고 소파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큰애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쭈볏거리며 "엄마.. 나 아픈 거 같아." 미운 감정이 가시처럼 박혀 "아프면 아픈 거지 아픈 거 같아는 뭐니?" 얼굴이 벌건 게 체온계를 찾아 귀에 댔더니 38도가 넘습니다. 택시를 잡아 근처 소아과로 가니 병원 밖까지 사람들이 있습니다. 건너편 편의점으로 갔습니다. "목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겠어." 탈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편의점 창 너머를 멍하니 보는데 갑자기 하얀 날개를 가진 뭔가가 날개 짓을 합니다. "엄마! 저 새 이름 뭐야?" "백로 같은데." "우리 나가서 구경하자!" 아이는 내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편의점 바로 옆에는 작은 하천이 있는데 백로는 그 위를 여유롭게 날다가 하천에 발을 담그고 물속에 가만히 서 있기도 합니다. 큰애는 그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 백로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봅니다. 진료를 보고 병원을 나서는데 큰애가 택시 대신 하천을 따라 걷자고 합니다. "너 열나는데 힘들지 않겠어?" "응. 천천히 걸으면 돼. 백로 또 보고 싶어." 그렇게 시작된 큰애와 나의 하천 산책은 비 오는 날 빼고 매일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은 하늘을 나는 백로를, 어느 날은 짝꿍과 함께 하천 물에 발 담그고 데이트중인 백로를, 그렇게 백로 덕분에 나와 큰애는 단단하게 세워놓았던 마음의 벽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백로야. 정말 고맙다.
See omnystudio.com/listener for privacy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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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인 큰애는 밖에 나가자고 하면 "싫어. 엄마 혼자 나가." 이러며 휴대폰을 봅니다. 모처럼 가족끼리 외식이라도 하자고 하면 "귀찮아. 그냥 배달시켜 먹자." 하며
휴대폰 게임을 합니다. "아들아. 휴대폰 그만 보고 공부 좀 해." "알았어. 이거 다 보고 할게." 엄마 얼굴에 시선 한번 주지 않고 대답하는데 화도 내보고 소리도 질러 보지만 그뿐입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큰 애는 엄마가 하는 말에 말대꾸는 기본이고 짜증을 있는 대로 부립니다. 친구들이 말합니다.‘손님이고 투명인간처럼 대해’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평소처럼 설거지를 끝내고 소파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큰애가 문을 열고 나오더니 쭈볏거리며 "엄마.. 나 아픈 거 같아." 미운 감정이 가시처럼 박혀 "아프면 아픈 거지 아픈 거 같아는 뭐니?" 얼굴이 벌건 게 체온계를 찾아 귀에 댔더니 38도가 넘습니다. 택시를 잡아 근처 소아과로 가니 병원 밖까지 사람들이 있습니다. 건너편 편의점으로 갔습니다. "목 아파서 아무것도 못 먹겠어." 탈이 나도 단단히 난 모양입니다. 편의점 창 너머를 멍하니 보는데 갑자기 하얀 날개를 가진 뭔가가 날개 짓을 합니다. "엄마! 저 새 이름 뭐야?" "백로 같은데." "우리 나가서 구경하자!" 아이는 내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편의점 바로 옆에는 작은 하천이 있는데 백로는 그 위를 여유롭게 날다가 하천에 발을 담그고 물속에 가만히 서 있기도 합니다. 큰애는 그 모습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는지 백로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봅니다. 진료를 보고 병원을 나서는데 큰애가 택시 대신 하천을 따라 걷자고 합니다. "너 열나는데 힘들지 않겠어?" "응. 천천히 걸으면 돼. 백로 또 보고 싶어." 그렇게 시작된 큰애와 나의 하천 산책은 비 오는 날 빼고 매일 이어졌습니다. 어느 날은 하늘을 나는 백로를, 어느 날은 짝꿍과 함께 하천 물에 발 담그고 데이트중인 백로를, 그렇게 백로 덕분에 나와 큰애는 단단하게 세워놓았던 마음의 벽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백로야.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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