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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하루도 빠짐없이 전송되어 오는 손자와 손녀의 사진을 보며 저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처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절도 아니었고 카메라가 흔하던 시절도 아니어서 소풍날에도 잘사는 집 친구가 갖고 온 카메라에 모습을 담았었지요. 명절날 온 가족이 모처럼 입은 한복을 기념하기 위해 동네 사진관에 가서 찍은 사진이 저의 유일한 가족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오래된 앨범을 들춰봤습니다. 흑백의 기억이 컬러로 와 닿았습니다. 모든 게 검고 하얗게 찍혔지만 제 기억 속 엄마의 모습은 초록저고리와 분홍치마를 입었었지요. 어느 날 아버지가 낡은 카메라를 갖고 오셨습니다. 어디서 났냐고 물었더니 중고 카메라를 사 오셨다는데...저는 너무 싫었습니다. 기왕이면 반짝반짝 멋지고 고급 진 새 카메라였으면 소풍가거나 사생대회 때 친구들에게 뽐내며 찍어줄 수 있을 텐데..."이게 겉은 낡았지만 얼마나 잘 찍히는데~~어디 여기 와서 한번 서 봐라~" 하시며 저희 삼남매를 화단 앞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셨죠. 그렇게 찍은 사진은 지금처럼 곧바로 볼 수도 없었습니다. 필름을 맡겨 인화하는데 며칠이 걸렸지요. 대학입학 선물로 뭘 갖고 싶냐 는 아버지의 말씀에 서슴없이 "새 카메라요.." 했던 생각이 납니다. 사진은 참 솔직한 것 같아요. 생긴 모습 그대로...더하기도 빼기도 안 하고 정직하게... 그런데 요즘엔~~못난이도 또 저처럼 나이든 사람도 젊고 예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 있어 어쩜 더 좋아졌다고 해야겠죠? 나이 들수록 사진 찍는 게 싫고 두려운 건 현실 속 나의 모습이 마음과 너무나 다르게 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늘 자신감 있던 나를 생각하다가 문득 현실을 깨닫고 이내 소심해 지는 자신을 발견하지요. 오늘도 손자 손녀의 포토 샵 안된 얼굴이 어쩜 이렇게 예쁜지요. 나도 분명 저럴 때가 있었을 텐데 말이죠~~그래도 모두에게 공평한 세월이기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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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빠짐없이 전송되어 오는 손자와 손녀의 사진을 보며 저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됩니다. 지금처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시절도 아니었고 카메라가 흔하던 시절도 아니어서 소풍날에도 잘사는 집 친구가 갖고 온 카메라에 모습을 담았었지요. 명절날 온 가족이 모처럼 입은 한복을 기념하기 위해 동네 사진관에 가서 찍은 사진이 저의 유일한 가족사진으로 남아 있습니다.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오래된 앨범을 들춰봤습니다. 흑백의 기억이 컬러로 와 닿았습니다. 모든 게 검고 하얗게 찍혔지만 제 기억 속 엄마의 모습은 초록저고리와 분홍치마를 입었었지요. 어느 날 아버지가 낡은 카메라를 갖고 오셨습니다. 어디서 났냐고 물었더니 중고 카메라를 사 오셨다는데...저는 너무 싫었습니다. 기왕이면 반짝반짝 멋지고 고급 진 새 카메라였으면 소풍가거나 사생대회 때 친구들에게 뽐내며 찍어줄 수 있을 텐데..."이게 겉은 낡았지만 얼마나 잘 찍히는데~~어디 여기 와서 한번 서 봐라~" 하시며 저희 삼남매를 화단 앞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으셨죠. 그렇게 찍은 사진은 지금처럼 곧바로 볼 수도 없었습니다. 필름을 맡겨 인화하는데 며칠이 걸렸지요. 대학입학 선물로 뭘 갖고 싶냐 는 아버지의 말씀에 서슴없이 "새 카메라요.." 했던 생각이 납니다. 사진은 참 솔직한 것 같아요. 생긴 모습 그대로...더하기도 빼기도 안 하고 정직하게... 그런데 요즘엔~~못난이도 또 저처럼 나이든 사람도 젊고 예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 있어 어쩜 더 좋아졌다고 해야겠죠? 나이 들수록 사진 찍는 게 싫고 두려운 건 현실 속 나의 모습이 마음과 너무나 다르게 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늘 자신감 있던 나를 생각하다가 문득 현실을 깨닫고 이내 소심해 지는 자신을 발견하지요. 오늘도 손자 손녀의 포토 샵 안된 얼굴이 어쩜 이렇게 예쁜지요. 나도 분명 저럴 때가 있었을 텐데 말이죠~~그래도 모두에게 공평한 세월이기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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