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9/07 <그렇게 어른이, 또한 부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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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고 길러봐야 진정한 어른' 이라는 말씀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또한 제가 사춘기 시절 어머니는 늘 "너도 너랑 똑 닮은 자식 낳아 키워 봐라. 그 땐 엄마 마음 이해 할 거다." 하셨죠. 얼마 전의 일이었습니다. 초저녁까지 밥 잘 먹고 뛰놀던 아들 녀석이 늦은 밤이 되자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얼굴은 창백해졌습니다. 응급실에 가기 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밤 9시 이후에 울리는 전화벨은 혹시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좋지 못한 소식이 오는 건 아닌가 심장부터 두근거린다는 어머니, 역시 놀란 목소리로 "잠깐 기다려 봐라. 우리가 갈 테니까." 두 분은 잠옷 바람으로 달려 오셨고, 어머니는 종이가방에 담아 온 물건들을 꺼내면서 "저녁에 뭐 먹였니?" "불고기를 좋아해서..오늘은 다른 날보다 밥도 많이 먹긴 했는데.." "내가 보기엔 크게 체한 것 같구나." 채혈기기로 아이의 손가락과 발가락 여기저기에 피를 내시는데..신기하게도 그 때부터 아이의 얼굴에 화색이 돌며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머니는 아이의 손발을 주무르며 물에 적신 수건으로 아이의 몸 곳곳을 닦아 주시는데 한숨 푹 자고 일어난 녀석이 "어? 할머니랑 할아버지도 오셨네? 오늘 무슨 날이야?" "이제 좀 괜찮아?" "아까는 많이 아팠는데 지금은 배고파." 그제 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모셔다 드리려는데 한사코 괜찮다는 어머니, "너 네가 잠 못 자고 고생했네. 이래 가지고 출근이나 제대로 하겠니? 이따가 오후에 죽 해서 보낼 테니까 니들도 같이 먹도록 해라." 한바탕 소동이 끝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 개구쟁이로 돌아 온 아들을 보며 바쁘다는 이유로, 또 내 자식부터 챙기기 바빴던 스스로를 반성하며 조만간 부모님께 근사한 저녁 식사라도 대접해 드릴까 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부모다운 어른이 되는 법을 조금은 일깨우게 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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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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