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09/22 <내 삶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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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또 맏딸이 다녀간 모양입니다. 지저분하던 집이 깔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고 냉장고에도 혹시나 하고 아껴둔 반찬들이 싸그리 버려져 냉장고가 깨끗이 된 걸 보니.. 딸은 아픈 시부모 모시랴 회사 다니랴 세 아이 엄마까지 그것도 모자라 옆에 사는 혼자인 저 까지 챙기느라 힘듭니다. 두 아들은 멀리서 가끔 한번 씩 들르니까 저도 모르게 가까이 있는 딸에게 의지하게 됩니다. 딸이 어쩌다 바쁜 시간을 쪼개 집에 와 점심을 먹고 갈 때가 있는데 그때도 해 주는 밥 먹고 쉬다 가면 될 것을 밥을 먹자마자 설거지하고 냉장고 정리까지 하고 종종걸음으로 갑니다. 그냥 가라고 해도 “내가 하고 가면 엄마가 편하잖아. 그리고 엄마보단 아직 내가 힘이 있으니 덜 힘들어”라며 웃습니다. 제가 딸이 둘인데 둘째딸은 또 다릅니다. 둘이 같이 올 때면 큰 딸이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집안일 하면서 작은딸에게 한마디 합니다“넌 엄마 힘든데 집에 오면 치워주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언니가 안하면 나도 해. 근데 언니가 워낙에 성격이 급하니까 내가 할 시간을 안주는 거야.”그렇습니다. 큰 딸은 성격이 급하고 깔끔해서 모든 것을 해 놓고 쉬는 편이고 작은 딸은 느긋해서 다음에 하면 되지 뭐 라고 편히 생각하니 일을 하는 건 항상 큰딸입니다. ‘엄마 난 하나도 힘 안 들어. 내가 가장 힘든 건 엄마가 아픈 거니까 아프지만 마.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말하고 아껴서 자식들 주지 말고 그냥 다 먹어. 우리는 좋은 거 엄마보다 먹을 날 많거든”하는 큰딸. 무더위 지나고 둘만의 여행을 예약해 두었다고 열심히 걸으면서 다리에 힘을 길러두라고 합니다. 엄마와 같이 여행 다닐 날이 많지 않을 테니 추억을 많이 만들어 두어야 한다고 한다며 눈물을 글썽이는데 마음이 찡했습니다. 맏딸은 살림밑천 이라는 예전 어른들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싶습니다. 이런 맏딸을 위해서라도 아끼지 말고 몸에 좋은 거 먹고 즐겁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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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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