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10/18 <새로 온 아르바이트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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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둘째 아들 녀석이 2학기 중간고사 시험이라 집에 일찍 오게 되었습니다. 열 공하는 아들 녀석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아들이 좋아하는 햄버거를 사려고 퇴근길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들! 햄버거를 사려고 하는데 치킨 버거 살까? 아니면 불고기 버거 살까?”“형하고 동생에게 물어본 다음에 문자로 보내 드릴게요.” “그래, 엄마도 어떤 것을 먹고 싶은지 빨리 보내주렴.”버스를 기다리는데 도착한 문자에는 형은 치킨 버거 세트. 동생은 불고기 버거 세트, 엄마는 치킨스낵 랩과 사이다. 저는 치즈 버거 세트라고 적혀 있습니다. 집 앞 햄버거가게에 가서 휴대폰을 꺼내 아들 녀석이 문자로 보내온 워딩을 그대로 점원에게 읽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저 매번 햄버거를 사고 카드만 주고받던 가게였는데 그날은 뒤쪽을 향해 큰 목소리로 “치킨버거 하나, 불고기 버거 하나, 스낵 랩 하나, 치즈 버거하나요.” 라고 합니다. 그러자 뒤쪽에서 “땡큐.”라고 하네요. 그리고는 아르바이트 여학생은 “오늘 저녁은 저녁으로 햄버거를 드시나 봐요. 가족들은 좋으시겠네요.” 라며 낯설음 없이 말을 건네는데 신선하기도 하고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주문한 햄버거를 기다리며 그 아르바이트 여학생을 계속 주시하며 봤습니다. 다음 손님에게도, “치킨을 많이 사가시네요. 오늘 가족 중에 생일 맞으신 분이 계신가 봐요?” 그리고는 뒤에다 큰 목소리로 “오늘은 특별히 어제보다 맛있게 해 주세요.” 라고 하자, 뒤에서도 “땡큐.”합니다. 뭐랄까? 그 아르바이트 여학생 한명으로 가게 전체가 생동감이 넘친다고 할까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상하게 깃털처럼 제가 하늘을 나는 것 같고, 뭔가 말 못할 행복 같은 그런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그 햄버거 가게에 그 아르바이트생이 오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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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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