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향의 저녁스케치

2023/10/19 <딸이 아버지와 친해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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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Radio 음악FM 93.9MHz 매일 18:00~20:00

어릴 적에는 늦게 들어오고 술만 드시고, 소리만 지르는 아버지가 무섭고 싫었습니다. 특히 아빠라는 단어에서 아버지라는 단어로 바꿔 부르기 시작할 즈음에는 아버지도 아재가 되어 모든 행동들이 지저분하고 냄새가 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더욱 아버지가 싫고, 딸인 저와의 사이는 더욱 멀어지기만 했습니다. 친구들이 어쩌다 아빠랑 손을 잡는다거나 볼에 뽀뽀를 해주었다는 얘기를 들으면 혼자 속으로 의아해 했습니다. 집에서 아버지란 존재는 늘 말수가 없고 집안 살림을 위해 돈을 벌어다주는 존재로만 여겨졌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제 50이 되다보니 아버지의 행동들이 하나하나 이해가 되며 아버지 인생이 불쌍하고 이젠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밥을 먹다 흘리는 아버지를 보고 속으로 아이고 칠칠맞게 밥을 흘리나? 했었는데, 이젠 저도 모든 기관이 약해져서인지 밥을 먹을 때 사래도 잘 걸리고 가끔은 말하다가 침도 흘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제 의견은 무시하고 아버지 의견대로만 해서 억울했는데, 어느 날 제 아들의 일기장을 보니 제가 아들의견은 죄다 무시하고 엄마인 제 의견만 들으라고 하고 있더라고요. 그 뿐이 아니라 아버지는 핸드폰 사용법이나 스마트뱅킹 사용법을 알려드려도 알아듣지 못해 답답하기만 했었는데...이젠 제가 햄버거가게를 아들과 같이 가도 키오스크 사용법 앞에서는 뭐 부터 해야 할지 어리둥절하더라고요. 올해 50이 되는 저는 노안이 오고, 근육이 약해지고, 후각이 약해지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연민의 감정이 생깁니다. 그러면서 이제껏 해보지 않았던 아버지 간식거리도 사다드리고, 핸드폰 사용법도 더 친절히 알려드리게 되었네요. 내일은 아버지와 함께 손잡고 집 앞에 있는 공원 산책도 나가보렵니다. 이렇게 나이 든 딸은 이제 서야 철이 들고 아버지와 친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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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향의 저녁스케치By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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