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주말이었던 지난 18일 오후 4시 38분쯤 동대구역에서 경주역으로 달리던 KTX 산천 열차가 궤도를 갑자기 이탈했습니다. 주말을 맞아 아이와 본가에 갔던 저는 그 시간쯤 울산역에서 4시 52분 KTX 열차에 탑승했는데, 열차를 타기 직전까지도 이런 상황을 까맣게 몰랐습니다. 제 앞좌석의 한 승객은 승무원에게 "지금 우리 열차 안전에는 문제가 없냐"고 물었는데, "그건 저도 모른다"고 답하던 승무원의 모습은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했습니다. 현재 KTX 승객의 안전을 챙기도록 지정된 담당자는 코레일 정규직인 열차팀장 1명에 불과합니다. 다른 승무원 2명은 모두 코레일 자회사인 'KTX 관광개발' 소속입니다. 앞서 2004년 KTX 비정규직 사태 당시 코레일이 '계약직 2년 근무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이들을 모두 자회사로 넘겼고, 그로 인해 KTX 승무원들은 안전업무를 담당하지 않고 서비스 업무만 수행하도록 했다는 지적이 KTX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었습니다. 고용 형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천 명이 넘는 승객이 타는 열차에 승무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음에도 현실은 그대로라는 점은 곱씹어볼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