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만난 근대의 풍경들

근대 건축물에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길어야 100년 안팎의 역사를 가진, 그리고 외세의 침략과 연결되는 아픈 기억이 깃들어 있는 건축물들은 사라지거나, 다른 용도로 개조되거나, 오랫동안 흉물로 방치되기 일쑤였죠.

『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최예선, 정구원, 모요사)는 각각 건축잡지 에디터와 건축디자이너인 부부가 전국의 근대 건축물들을 답사하여 그 역사와 흔적들을 사진과 도판, 감칠맛나는 이야기로 엮은 책입니다. 책에서는 전국의 근대건축물 70여 곳을 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천의 근대건축물들이 꽤 많이 등장합니다. 러시아인인 왕궁건축가 사바틴이 설계한 제물포구락부, 일본 은행들, 성당들, 청학동의 외국인 묘지 등이 그것입니다. 인천공항과 송도신도시로 최첨단 미래도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인천에, 이런 역사들이 함께 숨 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매력이 느껴지네요.

올드 상하이에 대한 노스탤지어

근대 초기 상하이는 그야말로 모든 것들이 뒤섞인 이국적이면서도 혼란스럽고, 그래서 환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이 시대의 상하이를 대표하는 작가라면 영화 <색, 계>의 원작자인 장아이링 (혹은 장애령)일 것입니다. 1920년대 상하이 명문가의 딸로 태어난 장아이링은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2차 세계대전과 혁명의 기운이 가득하던 시대를 통과하면서 신구문화가 충돌하고 동서양의 문화가 뒤섞인 ‘올드 상하이'의 풍경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들로 유명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