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쓸 영화라면 보통 두 번 정도는 봅니다. 어떤 영화는 특정 대목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생각이 잘 안 나더라도 그냥 써야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 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요즘 영화나 드라마가 잔인한 장면이 좀 많은가요? 극사실적인 전쟁 영화는 말할 것도 없고, 곧 개봉하는 《글래디에이터2》도 잔인한 폭력씬 때문에 1편과 달리 '청불' 등급을 받았습니다. 그런 영화들에 어느 정도 길들여졌지만, 직접적인 살육 장면도 없는 이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가 더 보기 힘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러시아의 침공으로 포위된 도시 마리우폴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을 보면서 이 책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떠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