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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편] 2회. 공짜는 없다(1) - 임오군란,외세를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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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군란은 생계에 위협을 받은 구식 군인들과 이에 동조한 시민들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건이지만 나중에는 흥선대원군이 개입하면서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번지게 됩니다. 여러 무리로 나눠 한 무리는 포도청을 공격해 잡혀 들어간 동료를 구해내고 의금부와 경기 감영을 공격합니다. 또 다른 무리는 일본 영사관을 공격해 별기군 교관인 호리모토를 죽입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흥선대원군의 지원으로 폭동군민들과 합세해 궁궐을 기습합니다. 아래 내용은 김주영의 장편소설 『객주』8권의 일부 내용인데요. 당시의 급박했던 상황을 묘사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김주영의 장편 소설 『객주』8권
“꼼짝들 마라. 이 일행 중에 중전이 끼여 있다.”
(…)
관물헌 쪽에서 한 사내가 더그레 자락을 펄럭이며, 게 섰거라 하고 소리치며 달려왔다. 무예별감 홍재희였다. 위인의 신장이 멀리서 보아도 늠름하고 여력이 절등해 보이는지라 난군들은 궐자를 향해 창검을 겨누었다. 그러나 홍재희는 칼을 마주 뽑아들지 않았다. 다만 우렁찬 목소리로,
“내 누이에게 범접하지 마라. 아무리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기로서니 애매한 내 누이를 잡아서 요정을 내려 하다니, 이런 행패들이 어디 있는가?
“범접하지 말라니, 넌 누구냐?”
“난 무감 구실하는 홍가일세. 내 누이로 말하자면 철들자마자 생각시나인으로 궁궐에 들어와서 신랑도 없는 관례를 치르고 항아님이 된 죄밖에 없네. 그런데도 욕을 보여야 하겠단 말인가?”
“나인 주제라면 왜 허겁지겁 가마로 기어든단 말인가?”
“자네들이 무턱대고 중전으로 지목하고 뒤쫓는 다급한 터수에 수챗구멍엔들 모가지를 못 박겠는가.”
“너스레를 떨고 있군. 이중엔 분명 중전이 끼여 있어.”
“나인이 아니라면 내 누이가 그럼 중전이란 말인가? 내 누이가 중전이라면 내 당장 이 자리에서 척살을 당해도 여한이 없겠네. 썩어도 준치라고 체통이 있지, 사세가 다급하다 하여 중전이 나인 복색으로 변복을 할까.”
(…)
중전을 추슬러 업은 홍재희가 벌떡 일어나면서 한마디 쏘아붙이었다.
“수상쩍다 하면 어찌들 하실 텐가. 집에 업어다 놓고 문밖출입도 시키지 않을 것인즉, 나중에 내 누이가 중전인 것으로 판명이 나거든 그땐 요정을 내든지 박살을 내든지 그건 자네들 신명껏 하게.”
군정들도 애매한 상궁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만 엉거주춤 물러서고 말았다. 중전을 업은 홍재희는 게으름까지 피워 가며 잰걸음으로 창덕궁의 납현문인 단봉문으로 나아가 정선방 마전골 초입에 이르러서는 잠시 망설이게 되었다. 등에 업힌 화근덩어리는 도대체 어느 처소에다 취편을 시켜 드려야 할지 궁궐에서 파구나 서는 일개 정감 주제인 그로서는 도무지 방책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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